작성일 : 10-02-17 13:02
승진한 그들이 잘하는 것은 따로 있다_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5,406  
직장여성에게 승진이란 무엇일까. 골드미스로 가는 경쾌한 발걸음일까, 유리천장을 향한 힘겨운 사투일까. 골드미스를 향한 경쾌한 발걸음이든 사투 끝에 지나는 하나의 관문이든 승진은 분명 승진하지 못한 사람에겐 부러운 일. 저 사람은 척척 승진하는데 나는 뭐가 문제인가 자괴감까지 든다. 하지만 그들과 나 사이에 대단한 격차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 커리어 컨설턴트를 하면서 만나온 직장인들은 대부분 유능했지만 자신에게 부족한 2%를 다른 상사를 보며 깨닫는다고 토로한다.

여대 동기이면서 입사 동기였던 한 광고회사의 A와 B. 그런데 B만 승진했다. 친구를 상사로 대접해야 하는 A는 안 그러리라 했으면서도 어느새 자기 속에 배배 꼬여만 가는 걸 느낀다고 했다. 나는 A에게 자기와 비교해서 우월한 B의 장점 한 가지만 말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나라면 진짜 하기 싫은 일인데 B는 글쎄 자원을 해요” 한다. B는 학창시절 때부터 알바비 짭짤하고 한 번 해봄직한 경험이다 싶으면 힘겹고 좀 거칠다 싶은 일도 일단 하겠다고 나섰다. 반면 선배들이 부탁한 컴퓨터 작업이나 설문조사 같은, 힘만 들지 돈도 안 되는 잡일도 군소리 않고 잘 해주어서 A가 맨날 왜 그런 실속 없는 일을 하느냐고 잔소리를 했다는 것. 하지만 결론적으로 A는 현명하다. 우아하고 폼나는 일, 누구나 하고 싶다. 하지만 궂은 일 하는 사람이 상사의 눈엔 더 잘 보이는 법.

여자 선배 둘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된 입사 1년 차 K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번 달 카드 값도 만만치 않다며?”
“아, 몰라. 눈에 아른거리는데 어떡해. 이번엔 그 명품가방 꼭 지르고 만다 까짓….”
아후, 저 선배 저러느라 남자 동료, 후배들한테까지 호호거리며 밥 실컷 얻어먹고도 어쩌다 차 한 잔 낼 돈은 없는 거였군 싶더라는 것. 그런데 다음 달 인사발령 명단에 명품가방 사려는 동기의 카드값을 걱정하던 J 선배가 들었다. K는 그럼 그렇지, 될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했다. J선배는 다른 여자선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입에 침이 마른다. 남자동기가 술값 내려다가 “야, 만원 있냐?” 하면 달랑 만 천 원 들어 있는 지갑에서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를 척 꺼내는데 주저하지 않고 그렇다고 챙겨 받는 눈치도 아니라는 것. 가끔 평소 너무 부려먹어 미안한 후배 서넛에게 “오늘 약속들 없지? 오늘 이 선배가 쏜다아~” 하면서 아주 더할 수 없이 만족스럽게 먹여준다는 것. K에게 J선배는 후배 잘 챙기는 든든한 선배이며 남자선배들이 말하는 J는 일 좀 되는 신뢰감 가는 유일한 여자동기라는 것. 그러면서 K는 말한다. 더치페이도 나름, 남자가 봉이가... 학생이고 직장인이고 여자들이여 동료들한테 돈 좀 쓰시라나?

그리고 또 입 무거운 팀장에게 무한 애정(?)이 솟구친다는 팀원들이 있다. 편안하고 따뜻한 여성 팀장 앞에서 술김에 괜히 자랑 삼아 남자들의 밤문화(?)를 늘어놓은 동갑내기 남자 팀원, 구질구질한 집안 사정 털어놓았던 남자 후배, 열 받아서 다른 사람 뒷담화했던 여자후배, 술 깨니 모두들 뒤통수가 근질근질한데 팀장은 입에 지퍼를 채웠다. 입이 무겁다는 평판은 신용으로 직결되는 문제.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유용한 고급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의 휴대폰 최근 통화 목록 역시 화려하단다. 적어도 20개의 서로 다른 번호가 있다는 것. 최근 통화 목록을 보면 남친 번호 아니면 여자친구 번호만 무수히 찍혀 있는 여성들과 달리 통화 대상도 무진장 다양하다. 이런 사람들 십중팔구 대화 내용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을 넘나들며 다양해서 그 인맥의 넓이와 시사 상식의 다채로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신문, 시사주간지, 업계전문지 틈틈이 읽어내니, TV 프로그램이나 연예인 동정 기사만 읽은 사람과는 대화 수준에서 게임이 안 된다. 그들은 다양한 화젯거리로 상사, 선배, 후배, 심지어 회사 임원과 어쩌다가 마주할 일이 있어도 자기 존재감 제대로 심어준다. 관심사와 아는 게 달라지면 노는 물이 달라진다는 법칙. 직장에서도 유용하다.

내 분야에서 확실히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과 열정이 있는 한 사소한 여성차별적 발언, 처우에도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는 점도 남다르다. 때로 태연하고 때로 여유만만하며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으려면 프로답게 처신한다. 여자들은 회사 일보다 개인 일을 중시한다는 고정관념 깨주고 변명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는다.

경쟁사회의 생존 논리란 게 대단한 게 아니다. 승진하는 사람들은 팀 안에서 역할을 분담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전의를 북돋우며 때로 트러블이 있을 때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팀워크를 깨우치는 특징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80% 이상이 관계맺음, 소통의 문제라는 것. 방법은 다르지만 그들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남다르게 반짝이는 관계의 기술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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