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3-01-21 16:29
소도 잡는 외상 카드--- 신용카드 사고를 보고
 글쓴이 : 김용복 서…
조회 : 7,540  


`외상이면 소도 잡는다'는 속담이 요즘처럼 실감날 때가 없다. 쉴새 없이 터져 나오는 신용카드 관련 사고들을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암담하기만 하다. 경제 능력이 없는 대학생이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의 카드 빚을 지고, 그것을 갚기 위해 아까운 청춘이 어둠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여대생이 카드 빚을 갚기 위해 스스로 윤락가에 몸을 던지는가 하면 대학생 자녀의 카드 빚 때문에 부모가 평생 피땀 흘려 장만한 집을 팔기도 한다. 그뿐인가. 도둑·강도질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카드빚을 갚기 위해 살인까지 서슴지않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으니 이쯤이면 외상으로 잡아먹은 것이 `소' 정도가 아니다. 사회에 발을 디디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라는 낙인이 찍혀 아예 사회 진출의 길이 막혀 버렸으니 자기 인생의 가능성을 송두리째 잡아먹은 셈이요, 나아가 부모 형제의 인생 전부를 잡아먹은 꼴이 아닌가 말이다.
지나친 카드 사용으로 신세를 망치는 사람이 비단 대학생만은 아니다. 직장인이나 가정주부들 중에도 수입을 생각하지 않고 우선 쓰기 편한 맛에 무계획적으로 카드를 남용하여 곤란 지경에 빠진 사람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결국은 직장 생활이 어려워지고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는가 하면 가정 파탄이라는 최악의 불행을 초래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쯤 되면 신용카드는 언제 개인의 삶을 파괴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신용불량자 30만명을 구제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참으로 한심한 정책이오 정치가 아닌가! 정부가 연례 행사처럼 “신용불량자” 사면을 해온 것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 “모랄해저드”를 부추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결국 모든 국민을 범죄인으로 만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도대체 카드 때문에 가정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는다는 사실에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자기 수입과 상환 능력은 생각하지도 않고 당장 현금이 없어도 된다는 사실 하나만 믿고 무분별하게 카드를 사용한다는 사실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지갑 속의 카드 한 장을 믿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순간적인 충동에 사로잡혀 구입하고, 당장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도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 정도는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현금지급기에서 손쉽게 서비스 받을 수 있고 보니 현금 사용에도 절제가 없어지기 십상이다. 너도나도 카드를 발급 받고 거리낌없이 사용한 결과 자기도 모르는 사이 카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신과 가족을 파탄으로 몰고 가게 된 것이다.
카드 사고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자기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충동에만 사로잡혀 마구 사용한 개인에게 있다. 당장 지갑에서 현금이 나가지 않을 뿐 한 달 후면 바로 자기 통장에서 사용 대가가 빠져나가고 높은 이자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멋대로 사용한 개인이 그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영리 추구에만 눈이 멀어 수입 등 상환능력에 대한 신용조사는 아예 하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해 준 카드사와 그것을 제도적으로 부추긴 정부의 정책에도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 한때 정부는 탈세 방지와 상거래 투명화를 위해 카드 사용을 권장했고 카드사들은 규모를 키우기 위해 길거리에서까지 카드를 발급하는 무분별한 영업을 하는 것을 필자는 보아왔다. 심지어 그럴듯한 사은품까지 제공해 가며 지나가는 사람에게 카드 가입을 호소하는 호객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가입자의 신용과 수입을 제대로 평가하지도 않은 채 사용 한도를 높여 주고 각종 연계 카드며 무이자 할부 등의 방법으로 사용을 부추겼다. 정부는 또 그런 변칙 영업이 버젓이 이루어지는 것을 그대로 묵과하였으니 카드 남용으로 국민의 빚이 늘어나는 걸 방조 내지 조장한 셈이다. 그 결과 현재 국내에서 발급된 카드는 모두 1억 370만 장으로 15세 이상 전 국민이 1인당 4.65장 꼴로 카드를 소지하고 있고, 전체 카드사의 연체 액수도 5조원에 육박하는 지경이 되었다. 급기야는 카드사의 부실이 전체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 닥치고 말았다.
나는 카드사들에 묻고 싶다. 카드 발급을 권하거나 사용 한도를 올릴 때 가입자의 수입이나 능력을 꼼꼼히 따져 보았는지, 또 무턱대고 한도를 올렸다가 가입자가 카드 대금을 갚지 못할 때 그 부실 채권을 어떻게 해결할 심산이었는지 말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갈 때까지 가서 카드사의 부실이 은행권의 부실로 이어지고 전체 경제에 큰 부담이 되면, 과거 금융 부실을 해결할 때처럼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구제할 것이라는 배짱이나 아니었는지?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우리 정부에게도 나는 과연 경제 정책 수립의 원칙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개인의 자유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가가 정한 법률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영위되는 것이다. 카드에 대한 정책만 하더라도 전체 경제 수준과 국민의 의식 수준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신용 정착을 위한 카드 사용을 권장하되 능력의 한계를 넘지 않는 절제를 담보로 하는 정책을 수립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20여년전(1981년) 나는 미국에서 신용카드를 신청했다가 발급을 거부당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농장을 하고 있던 터라 자랑같지만 백만장자 소리를 들으며 실제로 미국은행에 백만 불이 넘는 예금이 있었고, 사우디 아라비아 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American Express Gold Card)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은행거래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카드를 발급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는 매우 불쾌했고 자존심도 상했지만 미국이 라는 나라의 철저함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토록 신용카드”Credit Card”는 신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을 때 발급하는 것이 원칙일진대 우리나라에서는 어떤가? 아무런 직업도, 수입도 없는 청소년들 에게까지도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해놓고 신용불량자들을 양산시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으니 이것이 은행, 대기업, 나아가서는 정부당국자들의 책임이 아니고 무엇이 겠는가? 만약 우리 나라의 카드 제도가 미국과 같았더라면 오늘날 이렇게 많은 카드가 발급되었겠으며 천문학적인 액수의 카드 연체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겠는가?
결국 정부의 정책이 전 국민을 빚쟁이가 되도록 강요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수입도 없고 아직 어린 학생들인데도 마구잡이로 신용카드를 발급해 줄 때부터 필자는 예측 했었다. 최근 들어 심심찮게 매스컴을 통해 충격을 주는 카드빚으로 인한 자살, 강도, 살인사건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친아버지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도 발생했다. 직장인과 주부, 심지어 청소년들까지 카드빚에 내몰리면서 이로 인한 “잠재적 범죄”가 심히 우리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부산지검의 한 검사는 “담당했던 형사사건의 50% 정도가 카드빚이라는 범죄 동기를 갖고 있었다” 고 말했다.
사실 신용카드는 여러 모로 편리한 것이다. 어쩌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품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신용카드가 널리 보급된 것도 사실이고 또 현금을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하는 불편과 위험 부담을 깨끗이 해결할 수 있는 고마운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말 그대로 신용카드이다. 개인의 신용과 능력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될 때에만 그 진가가 살아날 수 있고 경제 생활을 도와 주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 범람하는 신용카드 사고들을 보면 그것은 신용(信用)카드가 아니라 외상(外上)카드요 부채(負債)카드이며 나아가서는 파멸(破滅)카드 로 전락한 느낌이다.
더구나 그것이 법이 허용한 테두리 안에서 영업하는 제도 금융권에서 조장한 것이라는 사실에는 절망할 수밖에 없다. 각 개인이 하루 빨리 거품 소비, 충동 소비에서 벗어나 자기 능력에 맞추어 생활하는 건실한 습관을 익혀야 하는 것과 동시에 전 국민을 빚쟁이로 몰고 가는 정부 정책도 개선되기를 촉구한다.

2002년 11월 10일

월정 김용복
(서울)영동농장 회장
재단법인 용복장학회 이사장
건국대학교 총동문회, 건국장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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