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09-15 10:05
상록수의 산실 필경사 - 이보규 소장님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4,449  

상록수의 산실 필경사

청암 이보규

 

심훈 선생의 상록수를 만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처음에는 국어 시간 숙제로 소설 독후감을 제출하기 위해 상록수를 읽고 또 읽었다. 어느덧 나는 소설 주인공 박동혁이 되어 있었고 채영신은 나의 애인이 되었다.

 

독후감을 써서 이것을 프린트하여 우리 반 학생 전체에게 나누어 주고 대표로 뽑혀 발표했다. 국어 선생님께서 독후감도 잘 쓰고 발표도 잘했다고 칭찬을 하며 나를 따로 불러 문학공부를 해 보라고 격려해 주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후 내 인생에 상록수는 항해사지도의 좌표처럼 가슴에 새겨지고 그 사상이 마음 깊숙이 움직이지 않는 마음의 등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 후 입대하기 전 상록수를 본받아 마을에서 제일 큰방을 정하여 야학당을 개설하였다.  문맹 자반을 만들어 나이 든 문맹자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중등부를 만들어 중학교 진학 못한 학생을 모아 영어와 수학을 가르쳤다. 칠판 앞에 서서 학생에게 글을 가르치는 밤이 기다려지고 30여 명의 학생은 무척 열심히 따랐다. 당시 농촌지도소에서 농촌계몽을 목적으로 육성하는 4H클럽에 앞장서 마을 4H클럽 회장과 군연합회 회장이 되어 농업개량과 농촌청소년 운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무렵 농민 계몽과 위안을 목적으로 연극대본을 써서 추석 명절에 때맞추어 연극 제목을 “흙의 아들”이라고 정하고 연출 겸 주연을 하였고 그 주인공 이름도 동혁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가설무대에서 우리가 공연하는 연극을 울면서 관람했던 추억은 지금도 잊을 수 가없다.

 

그 후 군에서 전역하고 공무원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농촌을 떠나 살았지만, 언제 어디서나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고 바르게 국가관을 눈뜨게 한 것은 상록수였다. 서울시청 행정과에 근무할 때 새마을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농촌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전국으로 번졌다. 숙명처럼 서울시 새마을 담당자로 명령을 받게 되었다. 나는 “서울의 새마을 운동” 기본계획을 서울시청의 담당자로서 주관하여 동료와 함께 꼬박 일주일 이상 여관에서 밥을 시켜 먹고 꼬박 밤새우며 계획을 수립해서 시장 결재를 받아 전 구청에 시달했다.

 

그 당시 전국적으로 모든 정부 행정에는 언제나  새마을 운동이 중심에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정신을 근면 자조 협동이라고 정의하고 새마을 정신을 구현하려고 사상과 집념을 가지고 전 국민에게 호소하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 후 줄 곳 새마을 분야에 10여 년 이상 시청과 구청을 오가며 근무하여 정부로부터 그 공로로 공무원으로서는 받기 어려운 등급의 “새마을 훈장 근면장”을 수상했다. 국민의 정신계발과 환경개선이라는 큰 그림을 상록수 정신을 접목시켰기에 가능했다.

 

그 후 이 기본계획이 도시새마을의 시발점이자 근간이 된 것도 상록수 정신을 구현했기에 가능했다. 한편, 70년대 초 당시 총무처에서 주관하여 공무원 수기모집이 있었다. 주변의 권고로 응모한 나의 작품 제목을 “서울빌딩수속에 상록수”로 정하고 새마을운동에 참여한 이야기를 썼다. 소재가 도시새마을은 범위가 한정되고 농어촌공무원 수기가 월등하여 그 수기는 입상 못 하고 말았지만, 상록수를 가슴에 담고 밤새우며 집필했던 생각이 난다.

 

지난번 우연히 “사색의향기문화원”에서 “심훈 선생과 당진”이라는 문학 기행 소식을 알고 서둘러 참가 신청해서 문인들과 더불어 다녀왔다.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은 상록수의 고향이었다. 지난해 상록수의 실제 모델 최용신님의 활동 무대이던 안산시의 상록구의 “상록 아카데미” 초청으로 특강을 하면서 상록수와 나의 인연을 말해 박수를 받은 바 있었다. 심 훈 선생의 시 “그날이 오면”도 내가 좋아서 암송할 수 있는 시 몇 편 중 하나이다.

 

선생이 생전에 설계하고 건립하여 농부가 밭을 가는 심정으로 글을 쓰겠다고 이름 지어진 필경사였다. 상록수를 집필하신 방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눈물을 흘리는 나를 발견했다. 조그만 구석방 초롱불을 켜놓고 방석 위에 앉아서 집필하던 심 훈 선생을 상상하며 그 방에 들어가서 글 쓰신 유품책상 앞에 내가 앉아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55일 만에 상록수를 집필했다고 인솔한 김경식 선생의 진지한 설명이 찡하게 가슴으로 전해 왔다.

 

나는 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서 선생이 영화 "먼동이 틀 때"라는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 주연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단성사에서 상영하여 흥행에도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정말 다재다능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그의 죽음은 우리 민족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애국자 거인 심 훈 선생이 조국을 위해 더 큰 일을 못하고 36세의 젊은 나이로 일찍 돌아가신 것이 무척 안타깝다. 19살 되던 해 31운동에 연루되어 옥중에서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읽고 그 당당하심에 놀랐다. 일제에 저항하는 애국 선각자의 기개와 불꽃처럼 짧게 살다가 가신 위대한 심 훈 선생의 정신은 60여 년이 지난 이 순간도 나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에너지를 발하고 있었다.

 

필경사 옆에는 선생의 용인에 묻어두었던 유골을 뒤늦게 모셔다가  무덤을 만들었다. 묘비에 “독립유공자, 작가” 심훈이라고 새기고 뒤늦게 2000년 8월15일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라는 기록이 유독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큰 아드님의 월북과 막내아들의 미국이민이 그동안 심 훈 선생의 평가에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생각을 쉽게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선생의 막내아들이 유품을 미국에서 보관하고 있고 천만다행으로 늦게나마 그 유품을 기념관으로 다시 가져오기로 했다는 소식이  무척 반갑고 기쁘기 그지없다. 유품이 돌아와 전시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다시 가서 이번에는 선생을 만난 듯이 반가움에 소리쳐 울리라.

 

우리나라의 수많은 문화재가 전란 때마다 불타버리고 관리를 잘하지 못해 사라졌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으로 유출되고 복원할 수조차 없이 사라진 사실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그래도 뒤늦게라도 심 훈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문학전시관을 새롭게 당진군에서 건립 관리하고 기념사업이 계획되고 계속 발전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을 보고 문화 보존에 대한 중요성과민족과 국가와 정신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계기가 되었다.


 
 

Total 21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먹고 안먹고는 고정관념이다. KHDI 07-18 7126
공지 [3분경영-구건서 대표] 2017 사장님만 모르고 있는 노동법 KHDI 02-28 15769
공지 [3분경영-염동호 이사장] 300년 장수기업의 장수 DNA KHDI 02-28 15652
공지 [전미옥 칼럼] 인어공주의 매력은 목소리가 전부였을까? KHDI 02-21 15284
공지 [전미옥 칼럼] 천지개벽해도 ‘사람’이 경쟁력이다! KHDI 02-24 14869
공지 [김덕희 칼럼] 상호간 win-win을 추구하는 전략적 비즈니스 협상… KHDI 10-12 15316
공지 [홍의숙 비즈칼럼] ‘감성터치’로 쑥쑥 크는 노동 생산성 KHDI 03-04 16291
공지 CRM(고객관계관리)의 진정한 의미-김덕희 영업연구소장 KHDI 02-01 15330
공지 구건서 대표-내비게이터십 내인생은 내가 디자인한다 KHDI 10-14 15715
공지 자본주의 5.0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유가치 창출_김덕희 … KHDI 10-04 15792
공지 21C 감성마케팅 시대의 고객 니즈별 차별화 전략_김덕희 영업연… KHDI 10-04 15890
공지 [월간인사관리] 류랑도 대표 - 직장은 일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KHDI 03-31 17520
공지 공중정원과 히브리노예들의 합창 KHDI 12-23 18156
공지 봄이 오는 소리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KHDI 04-07 19927
공지 놀이와 노동 - 최윤규 카툰경영연구소 대표 KHDI 01-23 21387
공지 꿈과 비전을 준비하는 인생의 밑바닥 KHDI 10-06 22025
공지 왜 인문학인가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KHDI 09-02 22626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KHDI 09-01 22681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 KHDI 08-22 22469
공지 변화와 혁신의 시대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서울대AMP 로타리 … KHDI 08-18 21994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비틀즈의 꿈 이야기 KHDI 07-14 22670
공지 아는만큼 보이고 든 만큼 말한다 - 가재산 피플스그룹 이사장 KHDI 07-08 22633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컨버전스(Convergence) KHDI 07-02 22931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잠자는 가치관] KHDI 06-23 24795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영화 인시디어스] KHDI 06-23 24477
공지 “마케팅은 surfing이다” 차송일 소장의 차 한잔의 마케팅 이야… KHDI 04-22 23298
공지 아하! 기사와 글쿠나! 선생 - 피플스그룹 대표 가재산 KHDI 03-28 25404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수상한 그녀] [겨울왕국]편 KHDI 02-18 26579
75 "주저앉고 싶다고? 5m만 더 가자!" -차동엽 소장님- 홍보팀 09-28 4491
74 에니어그램으로 본 모임 공간의 진화 - 김현정 대표님- 홍보팀 09-28 5111
73 박연폭포 - 김창송 회장님- 홍보팀 09-28 4489
72 녹색상자 속의 안단테 - 한승호 사장님 홍보팀 09-15 4664
71 왼손과 오른손 - 김국자 작가님 홍보팀 09-15 4797
70 서비스의 법칙 _ 가재산 조인스HR 대표이사 KHDI 09-15 5701
69 당신의 봄은 무슨 색인가요? - 이시원 사장님 홍보팀 09-15 4689
68 아버지와 아들 - 이보규 소장님 홍보팀 09-15 4753
67 상록수의 산실 필경사 - 이보규 소장님 홍보팀 09-15 4450
66 자연에 살자 - 전상백 대표이사님 홍보팀 09-15 4498
65 우리 행복을 이야기하자 - 전상백 대표이사님 홍보팀 09-15 5112
64 차 한 잔 - 정목일 경남문학관장 홍보팀 09-15 4997
63 지금은 때가 아니야 - 김창송 회장님 홍보팀 09-08 4387
62 툇마루에서 - 유상옥 회장님 홍보팀 09-08 4647
61 승진한 그들이 잘하는 것은 따로 있다_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최고관리자 02-17 5528
처음    1    2    3    4    5    6    7    8    9    10    다음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