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10-11 11:38
' 복종자' 보다 '추종자' 많아야 진짜 리더 - 김종래 국장님 -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4,424  

‘복종자’보다 ‘추종자’ 많아야 진짜 리더

 

김종래 조선일보 출판국장

 

한국의 대표적인 ‘칭기스칸 마니아’ 김종래 조선일보 출판국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칭기스칸이 정복한 땅의 면적은 7백77만㎢에 달한다. 그것은 알렉산더 대왕(3백48만㎢)과 나폴레옹 황제(1백15만㎢)와 히틀러 총통(2백19만㎢) 등 세 정복자가 차지했던 면적을 합친 것보다 더 크고 넓었다. 더욱이 아프리카 대륙 크기에 해당하는 이 거대한 제국은 단일한 통화권역을 형성하고 있었다. 800년 전에 지구상에는 이미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체제가 존재했었던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몽골 인구는 1백만∼2백만명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몽골은 1억∼2억명에 이르는 유럽인, 중국인, 이슬람인을 1백48년 동안이나 통치했다.”

소수의 다수에 대한 공격, 약자의 강자에 대한 원정(遠征), 문명에 대한 야만의 지배…. 팍스 몽골리칸의 아성은 그렇게 구축됐다. 그렇다면 이러한 반전과 역설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800년 전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주도하던 다수와 강자와 문명의 세력은 주로 농경에 종사하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늘을 쳐다보며 살다 보니 수직적 마인드에 길들여졌던 그들은 13세기적 가치에 충실하게 부응하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스파링 상대에 불과했던 소수와 약자와 야만의 세력이 만리장성 너머에서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군데 머물러 있으면 죽어야만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주로 유목에 종사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초지를 찾아 끊임없이 전후와 좌우를 살피면서 살다 보니 수평적 마인드를 체득하게 된 그들은 21세기적 가치에 충실했다.”

13세기에 21세기를 살았던 오랑캐의 반란이 성공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속도’였다. 실제로 몽골군은 가축으로 키운 말을 이용해 ‘거추장스러운’ 보병과 보급선을 두지 않는 기병체제를 만들었다.

“보통 한 달 걸릴 지방의 보고를 1주일이면 받아볼 수 있게 만들었던 ‘800년 전 인터넷’인 역참제(驛站制)도 그 속도가 일궈낸 성과였다. 몽골군은 속도를 늘리기 위해 군사 장비도 경량화 했다. 예컨대 당시 유럽 기사단의 갑옷과 전투 무기의 무게는 70㎏에 이르렀지만 몽골군의 그것은 7㎏에 불과했다. 군량(軍糧) 무게를 줄이는 것도 속도를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채택됐다. 이와 관련 우리는 몽골군이 전쟁을 나갈 때 애용했던 보르츠(육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 한 마리 분의 고기를 말린 이 비상식량은 소 방광에 모두 들어가 운반하기 간편하고 가벼우면서도, 병사 한 명의 1년 식량으로 너끈했다.”

칭기스칸의 리더십도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 김 국장은 ‘복종자’와 ‘추종자’의 개념을 동원해 진정한 리더의 조건을 설명했다.

“지장형, 덕장형, 용장형 리더십으로 분류하는 것은 개념상의 혼동만 가져올 뿐이다. 위기돌파형이니 결단형이니 하는 말도 수사학적 의미밖에 없다. 도리어 ‘복종자’와 ‘추종자’ 중 어떤 부하를 많이 거느리고 있느냐가 좀더 간명한 기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누군가 인사권, 예산권, 정보력 등을 가지고 있으면 ‘복종자’가 생긴다. 그러나 리더가 권력을 잃는 순간 그 모든 것은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따라서 진정한 리더는 권력의 향배와 상관없이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를 많이 거느리고 있어야 한다. 적의 노예 출신인 모칼리와 자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던 제베를 추종자로 만든 징기스칸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거대한 몽골제국도 결국은 망할 수밖에 없었다. 창업(創業)보다 수성(守成)이 더 어렵다는 격언이 있거니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의 장수 비결은 창업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리고 시장 환경이 변할 때마다 재창업을 하듯이 혁신과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큰 회사라도, 아무리 단단한 기업이라도 살아남을 길이 없다. 칭기스칸은 이렇게 경고했다. ‘내 자손들이 비단옷을 입고 벽돌집에 사는 날 내 제국이 망할 것’이라고.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전진하는 노마드 정신이야말로 칭기스칸이 우리에게 선물한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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