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10-11 13:34
“1달러에 배어 있는 땀과 눈물 기억하라” - 김창송 회장님 -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4,360  

“1달러에 배어 있는 땀과 눈물 기억하라”

김창송 성원교역 회장

 

“여호와여 나의 기도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내가 눈물 흘릴 때에 잠잠하지 마옵소서.”(시편 39장 12절)

 

신앙과 경영을 접목시켜 기업을 성공시킨 경영자로 유명한 김창송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회장(성원교역주식회사 회장). 함경도에서 태어나 혈혈단신으로 월남하여 자수성가했기에 전혀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지만, ‘IMF’라는 석 자는 여전히 그에게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시련과 고통을 상징하는 단어로 남아 있다. 실제로 외환위기가 닥친 10년 전 채권자에게 자금회수 연기를 요청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들렀던 긴자의 작은 교회에서 그는 부도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려 달라고 통성으로 기도했던 경험이 있다.

 

김 회장의 인생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무역’이다. 한국수입업협회 초대 연수원장, 부회장, 고문 등의 이력이 말해주듯 그의 인생은 ‘한강의 기적’과 ‘수출만이 살길이다’로 상징되는 산업화 시대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수출과 수입을 위해 70여개 국가를 드나들면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만나면서 인생수업을 한 것도 그에게는 큰 보람으로 남아 있다.

 

수출 현장서 배운 봉사, 절약, 정직

 

“동남아시아에 냄비를 수출하던 30여 년 전의 일로 기억한다. 물량을 채워야 수출 선박이 떠날 수 있는데 여름 장마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컨테이너가 부두에 한 달 동안 머물러 있었다. 얼마 후 싱가포르의 바이어로부터 항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한국에서 들어온 컨테이너를 열어보니 냄비가 전부 녹이 슬어 있었다는 항의였다. 클레임을 요구하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싱가포르 부두의 한 식당에서 만난 바이어는 4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처분만 기다리는 나를 도리어 위로하고 격려했다. 피해 액수가 크지만 천재지변에 의해 발생한 일이므로 적절한 수준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순간 그의 목에 걸려 있는 ‘장기 기증 카드’가 시선에 들어 왔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장기 기증이라는 용어 자체가 아예 없었다. 아내를 설득해 동의를 구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는 바이어의 설명을 들으며 기업 경영이 헌신이나 봉사와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 만났던, 대만 출신의 한 사업가는 청년 김창송에게 절약와 검소의 정신과 진수가 과연 무엇인지를 강렬하게 일깨워 주었다.

 

K 사장은 자수성가한 화교였는데, 저녁식사 자리에서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13세 때 가난을 못 이겨 대만의 남단인 타이난을 벗어나 일본으로 밀항을 시도했다. 입국 초기에는 많은 고생을 했으나 몇 년 후 오사카와 도쿄에 중화요리점을 내면서 큰돈을 벌었다. 그 돈으로 부동산을 매입하여 주차장을 운영하면서 무역회사도 경영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서울에는 빈 땅이 많았던 터라 주차장을 운영해서 돈을 번다는 것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더욱이 그는 주차장 부지에 사옥을 지을 것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나오던 그가 식탁에 남아 있던 음식을 주섬주섬 싸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그것을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에게 주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버리기 아까워서 집에 가져가서 먹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날은 토요일 밤이었는데, 주차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집으로 보내고 사장인 자신이 직접 야근을 했다. 작은 야전 침대에서 밤을 새우는 그의 모습이 시내 야경을 은근히 기대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K 사장 집의 넓은 마당에는 으리으리한 벤츠가 서 있었다. 하지만 그는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벤츠를 타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에 보통 때는 지하철을 이용해 회사에 출근했다. 사무실에서는 쓰고 남은 종이봉투를 뒤집어서 이면지로 쓰고 있었다. ‘절약만이 돈을 버는 유일한 왕도입니다.’ 그가 남긴 이 짧은 명제가 지금도 김 회장의 귓전을 맴돌고 있다.

 

“절약과 함께 정직의 미덕도 배웠다. 1986년 수입협회 통상사절단의 일원으로 유럽지역을 순방하던 중 독일의 누른버그에 머물던 때의 일이다. 밤늦게 호텔에 도착하는 바람에 식사를 못한 우리 일행은 허기라도 면하려고 주변을 뒤지다 호텔 뒤편에 있는 작은 식품가게를 발견했다. 들어가 보니 먹을 만한 것은 통조림 몇 개가 고작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통조림인데도 가격이 약간 달랐다. 주인 할아버지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 통조림들은 모두 수입품인데 하나는 관세가 높을 때 들여온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관세가 좀 떨어졌을 때 들여온 것이랍니다.’ 우리는 그의 설명에 모두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작은 식품가게조차 통관 일자에 따라 가격을 차등해서 받는 정직성에 그만 놀란 것이다.”

 

봉사와 절약과 정직의 정신은 김 회장의 삶의 태도를 바꿔 놓았다. 대통령까지도 ‘수출제일주의’를 선언하며 수출을 독려하던 시절의 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수출하는 품목은 가발, 오징어, 광산물 등이 고작이었다. 바로 그런 시절의 어느 해 12월 말쯤 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1년에 10만 달러 이상을 수출해야만 다음해에 무역회사로 등록을 할 수 있는데, 목표액에서 몇 천 달러가 부족했던 것이다.

 

“궁여지책 끝에 전남 보성에서 생산되는 규석을 매입하여 일본으로 수출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다음날 새벽 현장으로 달려가 규석의 물량을 확인하고 물건 대금까지 지불했다. 그러나 트럭으로 역전까지 운반하고 화물 열차로 여수까지 실어간 뒤 일본 목선에 실어야 했는데, 그 모든 일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만 해도 항구에 기중기나 지게차가 없었기 때문에 일일이 사람들이 화물을 어깨에 져서 선박 위로 날라야 했다. 그런데 힘겹게 진행되던 작업이 끝나갈 무렵 일본인 항해사가 찾아와 선적 중지를 명하는 것이 아닌가. 물량이 넘쳐서 더 이상 실을 수 없다는 것이 항해사의 설명이었는데, 그는 나에게 위험 수위를 가리키던 눈금까지 보여주었다. 그러나 수출 실적을 맞추기 위해서는 조금 더 광물을 실어야 했다.”

 

간절한 호소가 마음을 움직였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날이 바로 12월 31일이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날이 저물기 전에 수출 면장이 떨어져야만 했다. 여기서 낭패를 본다면 회사에 결정적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사업을 추진하던 그도 큰 실책을 범하게 되는 셈이었다. 생각다 못해 선장을 찾아가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고 애원을 하다시피 매달렸다.

 

“그러나 선장은 냉정했다. 선적 물량을 지키는 것은 선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므로 어쩔 수 없다면서 단호하게 거절했다. 실제로 부둣가에 나란히 세워놓은 목선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말씨름을 하는 사이 어느덧 석양이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선장과 항해사를 설득했다. 두 사람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순간적으로 포착됐다. 나의 간곡한 호소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한참 동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선장이 마침내 항해사를 향해 짧은 명령을 내렸다. ‘선원들이 먹을 식수만 조금 남기고 배 안의 물을 모두 버리게!’ 버린 물의 무게만큼 규석을 선적하자 수출 목표가 아슬아슬하게 채워졌다.”

 

정월 초하루 새벽, 배가 화물을 가득 싣고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첫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긴장이 풀리면서 피곤이 엄습했지만 수출 면장을 쥔 손만은 결코 놓을 수 없었다. 그 시절 수출이라는 흔한 단어 뒤에는 이처럼 눈물겨운 애환들이 짙게 배어 있었던 것이다.

 

“단돈 1달러라도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땀과 눈물의 결정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1달러를 벌기 위해 지난 세대들이 흘렸던 땀과 눈물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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