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10-11 14:15
사람이 정겹다 - 박춘봉 회장님 -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4,533  

사람이 정겹다

 

박춘봉 부원광학(주) 회장

 

누구나 좋아하는 말이 있을 것이다.

나는 왠지 ‘사람’이란 말이 정답게 다가온다. 인간, 인재, 인물 등 여러 말이 있지만 사람이란 표현이 왠지 부드럽고 살갑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내가 회사를 창업할 때 경영방침의 첫 머리에 ‘사람중시’라고 내세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인재제일, 인재중시, 인물중시와 같이 비슷한 표현이 많이 있지만 어쩐지 사람중시가 더 좋아서 그렇게 했다. 사람 좋은 사람, 푸근한 성품의 사람, 넉넉한 인품의 사람이란 뜻을 갖고 있어서 그런 느낌이 든다.

 

기업인들은 ‘기업은 사람이다’, ‘기업의 질은 사람의 질이 좌우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경영 현장에서는 사람을 뽑을 때 잘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상식으로 되어 있다. 사람을 가려 뽑기 위한 기법도 여러 가지가 동원된다. 어떤 기업은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 관상쟁이까지 불러서 도움을 받았다고 하여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의 경우는 사람을 가려서 뽑을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모집광고를 내도 오겠다고 응모 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광고를 보고 오겠다는 사람은 웬만하면 그냥 함께 일 하도록 채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질을 향상시키고 질을 높게 만들어 가야 하는 일은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특히 사람들이 잘 오지 않아서 채용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중소기업에 있어서는 말 할것도 없다.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독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외부 위탁교육을 받게 하거나, 외부의 앞선 기업의 현장을 견학 시키거나 외부에서 좋은 선생님을 모시고 와서 훈련을 받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20여 년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성에는 자질향상을 위하여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즐겁게 참여하고, 그리고 모두가 활기 있는 일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바탕이 있다는 것을 봐왔다. 그 연장선에서 사람의 질이 좋아지고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 지드라 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정겹다’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해서도 이러한 현상은 다를 것이 없었다. 2000년대 초에 중소 제조업의 경영환경이 매우 어려울 때 많은 중소제조업 경영자들이 중국진출을 고민했다. 나 역시 많은 고민 끝에 2002년도에 결단을 내리고 중국의 위해지역으로 진출했다. 초창기에는 외국진출이다 보니 많은 밤을 걱정 속에서 보낸 적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걱정스러웠던 점은 현지 중국인들과의 의사소통 문제였다. 국내에서도 기업경영은 사람과 사람간의 의사소통이 성패를 좌우하는데 하물며 외국에 나갔으니 이 문제가 얼마나 부담이 되었겠는가. 당시에 주변 사람들의 얘기는 그래도 한국기업은 그 곳 조선족의 도움을 잘 받으면 의사 소통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해 주었다. 다만 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문제는 경영자의 능력에 달려있지 안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진출을 결심했다.

 

중국 현지 기업을 운영하면서 역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중국에서 경영을 잘 해 나가려면 그쪽 조선족 사람들과 어떻게 정을 나누고 신뢰감을 심어주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낯선 타국이여서 겪게 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나는 조선족 사람들의 도움 덕택에 회사가 쉽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조선족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배경은 좀 다르다. 조선족들의 선대는 1900년대 초 조선 땅이 먹고 살기 힘들어서 남부여대(男負女戴)하고 간도 땅으로 가서 살게 되는 사람들과 빼앗긴 국권(國權)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기위해서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다. 거기서야 당연히 황무지를 맨손으로 개간해서 먹고 살 수밖에 없었다. 혹독한 추위가 밀려오는 겨울이 되면 어렵사리 수확을 한 양식을 마적 떼에게 빼앗기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더 어려웠던 일은 힘들게 개간한 농토를 그곳 토호들에게 뺏기고 새로운 곳으로 가서 다시 개간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오늘날의 조선족사람들은 당시 나라의 독립운동을 하는 높은 뜻을 가진 분들의 후예였거나 조선 땅이 먹고 살기 힘들어서 탈출한 용기 있는 사람들의 후예들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의 평균지능이 한국사람 전체의 평균지능보다 좀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만난 조선족들은 한결 같이 똑똑하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가들은 “조선족 믿지 말라” 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이들은 한국 국내 사람들에 비해서 장기근속의 의지가 약하고 더러는 어제까지 잘 근무하던 직장을 말없이 그만두고 도주하는 사례도 있었다. 나도 그 쪽 젊은이에게 정을 주고 이것저것 중책을 맡기기도 했는데 한 마디 인사도 없이 훌쩍 떠나버리는 바람에 심한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잘 생각해 보면 이들의 선대는 고국에서 버림받았건 스스로 버렸건 정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어서 이국땅으로 갔다. 새로운 이국땅에 와서 정착해 살면서는 주위로부터 소수민족으로서의 서러움과 푸대접이 있었을 것이다.

 

세월은 흘러서 90년대를 전후해서는 선대가 두고 왔던 고국사람들이 좀 잘 살게 되었다. 이들이 어렵게 살고 있는 중국 땅에 와서는 동포애보다는 보기에도 역겨운 우월감을 갖고 처신 하는 모습이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저런 복잡한 환경이 꼬여서 일부 지탄의 대상이 되는 조선족들이 생겨났을 거라고 이해해 본다. 그래도 나는 작은 제조업을 경영하면서 이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이 사람들의 도움에 힘입어 중국에서 큰 어려움 없이 기업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들뿐이 아니고 중국 현지의 한족(漢族)들의 경우도 의사소통만 잘 되면 우리나라 작업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별 차이 없이 정이 오갈 수 있다는 것은 그곳에서 경영을 해본 경영자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래서 어디서든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만 원활하게 이루어질 경우 성실한 사람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믿음도 생겼다. 그것은 국내에서나 중국에서나 별로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나는 “사람이 정겹다”는 믿음을 갖고 살아간다. 일을 한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기가 몸담고 있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만들어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일이 즐겁고 사람이 정겨운 일터가 되도록 노력하는 게 일하는 목적이 아니겠느냐”고 자주 말해 왔다. 기업들이 오늘처럼 이렇게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든 조선족이든 중국 사람이든 회사의 가족들이 모두가 함께 이런 생각을 갖고 만들어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이 정겹다’는 것이다. 나도 어느덧 7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인생을 관조하고 지난날을 회상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나에게 있어도 다가오는 세월이 지나간 세월보다 짧기는 해도 삶이라는 것이 이제부터 더욱 중요하다고 믿고 이 좋은 세상을 사람들과 푸근한 정(情) 더 도탑게 하고 재미있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세월이 흐를수록, 연륜이 쌓일수록‘사람이 정겹다‘는 생각이 짙어 진다. 그래서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 인정이 넘쳐나는 세상을 가꾸고 즐기자는 마음이 더욱 마음속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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