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10-11 15:11
가슴을 울리는 소리 - 김창송 회장님 -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4,353  

가슴을 울리는 소리

김창송 성원교역(주) 회장

 

기자는 이렇게 물었다. “노인께서는 시계 수리를 하신지가 얼마나 되십니까.” 그 때 허리를 꾸부린 채 일하던 노인은 두꺼운 안경을 벗어들고 한참 생각하더니 “올 해로 72년째가 되는가보오.” 일본 동경대학의 한 구석에서 시계 수리공으로 평생을 보낸 노인과의 대담이다. 노인은 16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이곳에 왔으니 올해로 미수(米壽)의 나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는 계속 묵묵히 일한다. “언제까지 계속 일 할 생각이십니까.”라고 다시 묻자 “내일 모레면 90이니 그 때까지만 할까하오.” 조금도 주저 없는 대답이었다.

 

나는 서울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가슴을 울리는 소리’라는 제목의 이 일본어 에세이문집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름 그대로 나의 가슴을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72년이란 기나긴 세월을 때 묻은 낡은 의자를 벗 삼아 한 생애를 다 바친 인간, 쳇바퀴 속의 다람쥐처럼 그 자리 그 곳에서 사계절 어느 하루도 쉼 없이 죽은 시계와 마주앉아 죽은 듯한 생애를 보낸 무명의 시계 수리공,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졸업을 70여년 수없이 반복 된 그 시간들, 어느 졸업생은 백발이 되어 모교로 다시 돌아와 총장으로 부임하는 세월 속에서도 이 노인만은 여전히 그 자리 그 곳에서 시계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물론 일본의 패전도 불 꺼진 지하방에서 겪어야 했다. 기자의 마지막 물음에 “나의 바람은 오직 자식 셋을 공부시키는 일 뿐이다.” 외고집 노인의 꿈은 이루어져 아들 셋은 대학을 마치고 의젓이 남과 같이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좌우로 가고 오는 시계추 같은 삶을 살아왔다. 그는 기나긴 세월 콩알 같은 시계의 초침을 벗하여 살아왔음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기체가 인천 상공에 들어서면서 나는 책을 접고 눈을 감았다. 그 때 그 순간 또 다른 한 노파가 머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오래 전에 여수 오동도를 찾았을 때였다. 등대지기 집 언덕 아래에 좌판을 앞에 놓은 한 노파가 주름진 얼굴로 추위에 떨고 있었다. 백발의 머리가 고희는 족히 넘어보였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앉아 있노라니 해변에서 칼바람이 가슴을 헤집으며 불어오고 있었다. “바람막이라도 옆에 세워놓으면 좀 낳을 터인데.”하고 말을 건네니 노파는 “관광지의 미관을 해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법만은 지키며 살겠다는 소박한 그 노파의 마음씨가 고마웠다. 이불 같은 두터운 헌 옷은 땀에 절어 번쩍이며 검은 고무신은 달아서 헐렁거렸다. 오른쪽 무릎은 휘어져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속에 한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이렇게 오그라들었다는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얼마나 장사를 하셨습니까.” 나는 노파가 건네주는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물었다. 노파는 서슴없이 “30년은 더 된 것 같소.”라고 한다. 그는 묻지도 않는 말을 이어간다. 아들 둘, 딸 하나를 이 좌판 장사로 대학 공부까지 시켰고 큰 자식은 박사공부를 하고 있다며 유달리 박사라는 단어에 힘을 주었다. 과연 박사가 무엇이기에 노파는 그토록 화색이 밝아올까. 기체는 서서히 석양의 낙조 속에 살며시 땅을 밟는다.

 

태어난 곳은 서로가 달라도 어버이들은 하나같이 오직 자녀들에게 고통의 대물림만은 남기지 않으려는 갸륵한 꿈은 하나같았다. 그 옛날 나의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셨다. 내가 대여섯 살 때였던 것 같다. 살을 에는 두만강 변 어느 갯벌에서 굴을 까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두 발을 흙물 속에 담그고 낡은 옷 조각으로 바람막이로 얼굴을 감싸고 시린 손을 부비며 굴을 하나하나 까고 있었다. 서산에 해가 넘어가도록 그 자리에서 허리 한 번 펴지 못한 채 강변 바람과 싸워야 했다. 오직 6남매를 먹이는 일념뿐이었다. 간혹 간혹 우등상장이라도 받아오는 날이면 그 날 밤은 그렇게 즐거워하실 수가 없었다. 무명 농군의 아내로서 한 생애 흙냄새 속에 살다 흙에 묻힌 천사 같은 여인 “내가 열 번 생각할 때 너희들은 한번만이라도 에미를 생각해 보라.”는 당신의 그 한마디가 그립기만하다.

 

강변을 따라 집으로 오는 올림픽대로는 여전히 불 밝힌 차량들로 붐빈다. 지난 날 어버이들은 자식의 내일만을 가슴에 품고 당신들은 조용히 이슬같이 사라져갔다. ‘우에하라 다다끼’의 가슴 울리는 시계포 노인과 오동도 노파, 그리고 천사 같은 나의 어머니 모두가 아련한 모습으로 오바랩 되어 함께 집으로 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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