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10-11 16:22
동네 대중목욕탕을 자주 가는 이유 - 이보규 소장님 -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6,404  

동네 대중목욕탕을 자주 가는 이유

이보규 21세기사회발전연구소 소장

                                                                                     1. 나는 농촌에서 자라나 어린 시절에는 목욕은 여름철에만 냇가에서 하였다. 겨울철에는 30리 길을 걸어서 수안보 온천에나 가야 겨우 몸에 때를 씻을 수 있었지만, 돈을 내야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것은 정말 꿈에 떡 맛보기 일 뿐이다.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가마솥에 뜨거운 물 끓여놓고 대야에 뜨거운 물 퍼부어 발 담그고 겨우 발만 씻고 나면 그것이 고작이었다.

2. 돌이켜 생각해보면 본래 나는 게으르고 씻기를 싫어했다. 누군가 야단을 쳐야 마지못해 겨우 씻는 척했다. 군대 생활에서도 목욕은 무척 형식적이었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서울 생활에서도 목욕탕에는 오로지 비누칠 해서 때를 닦아내기 위해서만 필요할 따름이었다.

3. 그것은 결혼하고 나서도 마찬 가지었다. 평소에는 집에서 좀 씻으라는 아내의 성화를 못 버티고 손과 발을 겨우 닦을 정도였다. 그리고 동네 목욕탕에 가서야 몸의 때를 씻어내고 돌아왔다. 이발소에 가야만 머리를 감았고 집에서는 머리비듬을 털어내려고 머리를 씻었다. 그렇게 목욕을 잘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던 내가 어느 때부터 목욕탕 애호가로 변해 있었다. 돌이켜보면, 시청에 근무하던 70년부터 소위 사우나탕에 맛을 알게 되었다.

4. 명동의 라이언스 호텔과 청계천로에 있는 삼호사우나가 서울의 명소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토요일 일찍 일이 끝나면 오후 상사들과 동료를 따라 그곳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고 나서 가운을 입고 룸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는 맛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유혹이었고 또 다른 사회생활의 체험이었다.

5. 그 무렵 호텔마다 사우나시설이 생겨나고 우후죽순처럼 여기저기 사우나시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사우나탕을 찾아다니는 일이 유행으로 번져 더욱 빈번해졌다. 그 무렵에는 우정을 두텁게 하려면 벌거벗고 마주 앉아 땀 흘리는 일이 최고라고 했다. 강남 청담동에는 대주사우나라는 10층 건물 전체가 사우나시설이 생겨나기도 했다. 사우나 접대가 생기고 사우나를 무료로 출입할 수 있는 회원권을 선물로 받기도 하고 일회용 사우나 티켓이나 무료로 회원권을 얻어서 시간만 생기면 그곳에 달려가서 땀 흘리며 휴식을 취했다.

6. 친구끼리 모여서 고스톱을 하는 사교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바둑을 두기도 하고 교회의 소그룹 모임도 사우나탕의 룸을 이용하기도 했다. 나에게 호의를 가진 사람이 사우나에서 불러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바로 쫓아가서 함께 즐겼다. 나는 평소 술을 전혀 마시지 않으니까 사우나이용이 일부 취미가 되었고 만남과 사교의 장이었다. 이용권을 늘 조달해 주는 친구들이 많았고 덕분에 항상 서울시내 유명사우나 이용권을 주머니에 여유분을 가지고 다녔다. 일상처럼 타워호텔, 라이언스호텔. 올림피아호텔, 리베라호텔 등을 번갈아 가며 다녔다.

7. 그 무렵 강남에 소위 대중사우나라는 이름의 대형목욕탕이 등장하면서 종전에 동네 목욕탕도 차츰 고급화되기 시작했다. 옛날 동네목욕탕에서 항상 보면, 탕 속에 뿌옇게 둥둥 떠다니는 땟물을 매미채로 종업원이 거두어 내던  모습은 어느 때부터 사라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이미 어느 목욕탕서도 볼 수가 없다. 이제는 어느 동네목욕탕에 가더라도 사우나독크 시설이 되어 있고 모두 깨끗해져서 호텔 사우나까지 찾아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목욕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8. 강남 대치동에 거주할 때는 매일 아침마다 등산하고 대중사우나에 들려 땀 흘리고 나서 출근하였고 퇴근길에 또 사우나탕을 들렸다가 귀가하기도 했다. 내가 사우나에 집착하게 된 또 하나의 사연은 고관절 수술 후 체중을 줄이라는 의사의 권유를 지키려고 다리가 아파서 다른 운동을 못하니까 덜 먹고 땀 흘려 체중관리를 하려는 속셈이 더욱 목욕을 생활화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9. 습관이 중요하다. 이제는 목욕탕에 가서 땀을 흘리지 않으면 몸이 무겁다. 목욕탕에서 보내는 시간과 시설이용 방법도 달라지고 행태도 여러 가지로 변했다. 처음에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나서 뜨거운 사우나 안에서 버티어 내며 체중 줄이려고 땀을 쏟아내다가 어느 때부터 피부건강과 정력이 좋아진다고 해서 냉ㆍ온탕에 번갈아 가며 즐기다가 요즈음은 혈액순환과 건강에 좋다는 반신욕에 빠져 있다.

10. 목욕문화도 시절을 따라 때를 씻으려고 다니던 목욕탕이 한동안은 사교와 휴식을 겸해서 피로를 씻으려고 가고, 또 체중을 줄이려고 가고 건강을 증진하려고 가고 또 목욕탕 이발소에 머리를 자르고 염색하려고 다닌다. 목욕탕을 갈 때마다 만나는 사람 중에는 습관처럼 매일 다니는 사람도 많다. 얼굴만 서로 낯익을 뿐 이름도, 하는 일도, 나이도, 어디서 사는지도 모르지만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11. 에덴의 동산의 아담처럼 벌거벗은 체 아무런 장식도 꾸밈도 없고 모두가 열린 마음이다. 반신욕 하며 중얼거리는 사람, 누워서 잠자는 사람, 때 밀고 누워 있는 사람, 혼자서 비눗물 전신에 바르며 때 닦는 사람, 냉탕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 염색하고 머리감는 사람, 구두 닦아주고, 때도 닦아주고, 청소하는 아저씨는 언제나 즐겁다.

12. 이제는 곳곳에 불가마 찜질방이 보편화하고, 건강 전문업소인 삼마 불가마집도 생겼다. 회원권 제로 운영하는 대형 헬스클럽이 지역단위의 명소이자 휴식처가 되어 우리 일상생활에 새로운 문화로 자리 매김하고 있지만, 그곳은 돈이 많이 드는 곳이기 때문에 자주 가기가 부담된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색깔이 원색으로 보이는 곳이 바로 대중목욕탕이다, 열 장의 티켓을 미리 사면 3만 5천 원에 살 수 있으니까 만 원이 싸다.

13. 그래서 나는 우리 아파트 상가 지하 1층에 있는 한양 대중목욕탕을 자주 이용한다. 가까워서 가기 쉽고 시골 사랑방처럼 편하고, 부담도 없고, 자고 있어도 깨우는 사람도, 오래 있어도 나가라고 채근하는 사람도 없다. 매표하는 주인아저씨 언제나 반기고 이발하는 아저씨도 늘 친절하다. 목욕탕에서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하고, 반신욕으로 땀을 내고, 모처럼 돈 주고 누워서 때를 밀고 상쾌한 마음으로 피로를 털어내고 오늘도 이 글을 쓴다.


 
 

Total 21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먹고 안먹고는 고정관념이다. KHDI 07-18 8484
공지 [3분경영-구건서 대표] 2017 사장님만 모르고 있는 노동법 KHDI 02-28 17059
공지 [3분경영-염동호 이사장] 300년 장수기업의 장수 DNA KHDI 02-28 16993
공지 [전미옥 칼럼] 인어공주의 매력은 목소리가 전부였을까? KHDI 02-21 16572
공지 [전미옥 칼럼] 천지개벽해도 ‘사람’이 경쟁력이다! KHDI 02-24 16201
공지 [김덕희 칼럼] 상호간 win-win을 추구하는 전략적 비즈니스 협상… KHDI 10-12 16593
공지 [홍의숙 비즈칼럼] ‘감성터치’로 쑥쑥 크는 노동 생산성 KHDI 03-04 17590
공지 CRM(고객관계관리)의 진정한 의미-김덕희 영업연구소장 KHDI 02-01 16646
공지 구건서 대표-내비게이터십 내인생은 내가 디자인한다 KHDI 10-14 16966
공지 자본주의 5.0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유가치 창출_김덕희 … KHDI 10-04 17051
공지 21C 감성마케팅 시대의 고객 니즈별 차별화 전략_김덕희 영업연… KHDI 10-04 17190
공지 [월간인사관리] 류랑도 대표 - 직장은 일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KHDI 03-31 18805
공지 공중정원과 히브리노예들의 합창 KHDI 12-23 19396
공지 봄이 오는 소리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KHDI 04-07 21175
공지 놀이와 노동 - 최윤규 카툰경영연구소 대표 KHDI 01-23 22677
공지 꿈과 비전을 준비하는 인생의 밑바닥 KHDI 10-06 23283
공지 왜 인문학인가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KHDI 09-02 23891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KHDI 09-01 23971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 KHDI 08-22 23706
공지 변화와 혁신의 시대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서울대AMP 로타리 … KHDI 08-18 23221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비틀즈의 꿈 이야기 KHDI 07-14 23977
공지 아는만큼 보이고 든 만큼 말한다 - 가재산 피플스그룹 이사장 KHDI 07-08 23915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컨버전스(Convergence) KHDI 07-02 24252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잠자는 가치관] KHDI 06-23 26167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영화 인시디어스] KHDI 06-23 25778
공지 “마케팅은 surfing이다” 차송일 소장의 차 한잔의 마케팅 이야… KHDI 04-22 24591
공지 아하! 기사와 글쿠나! 선생 - 피플스그룹 대표 가재산 KHDI 03-28 26716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수상한 그녀] [겨울왕국]편 KHDI 02-18 27918
105 [손경식 대한민국서화원로총연합회 회장] 경제풍월 칼럼 - 사해… KHDI 06-07 4717
104 메릴린치 글로벌 리서치(2011.6.2) KHDI 06-03 4625
103 고 황장엽 추모시(공한수 Big Dream & Success 사장) KHDI 10-18 5614
102 부품산업 힘들지만 결국 경영자의 몫이다. - 박춘봉 회장님 - 홍보팀 10-11 5281
101 위기가정을 위한 집단상담을 다녀와서 - 이남옥 소장님 - 홍보팀 10-11 5425
100 산책길에서 - 김창송 회장님 - 홍보팀 10-11 5346
99 물고기 마을 (제주 인간개발원 CEO 포럼) - 김창송 회장님 - 홍보팀 10-11 5805
98 황푸강변의 나들이 (상하이 엑스포 참관기) - 김창송 회장님 - 홍보팀 10-11 4723
97 종심소욕 유불구의 경지를 생각한다. - 박춘봉 회장님 - 홍보팀 10-11 6188
96 야마다의 상혼 - 김창송 회장님 - 홍보팀 10-11 5700
95 마리사의 미소 (의료봉사를 마치고) - 김창송 회장님 - (2) 홍보팀 10-11 5753
94 뽀르르야! 잘 지내고 있지? - 장영주 서양화가님 - 홍보팀 10-11 6597
93 심증만 가고 물증이 없는 남편의 외도, 그리고 아내의 선택 - 이… 홍보팀 10-11 7982
92 동네 대중목욕탕을 자주 가는 이유 - 이보규 소장님 - 홍보팀 10-11 6405
91 어느 착한 부부의 슬픔 - 이남옥 소장님 - 홍보팀 10-11 5362
처음    1    2    3    4    5    6    7    8    9    10    다음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