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10-11 16:32
심증만 가고 물증이 없는 남편의 외도, 그리고 아내의 선택 - 이남옥 소장님 -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7,017  

심증만 가고 물증이 없는 남편의 외도, 그리고 아내의 선택

                                                 이남옥 서울사이버대 가족상담학과 교수
                                                    목동가족치료연구소 소장

  1. 50대의 한 부인이 상담실을 찾았다. 수수한 차림과 화장기 없는 얼굴은 언뜻 보면 복도에서 마주칠 수 있는 보통 아주머니 느낌이다. 대화를 나누다보니, 수수함 속에 드러나지 않았던 윤기 있는 피부와 생동감 있는 표정이 호감을 준다. 평범하면서도 유머가 배어있는 화술은 더욱 상대방을 매료시킨다. 말의 표현에 조리가 있었으며 번뜩이는 지적 능력이 엿보이기도 한다. 알고 보니 전문직에 종사하는 유능한 여성이었다. 연세에 비해 선입견도 없으시고 행동이나 말투가 젊고 활기차시다. 대화를 나눌수록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분이었다.

2. 상담실을 찾은 이유는 부부문제 때문이었다. 부부는 근 8년간 서로 말하지 않고 투명인간처럼 살고 있다고 한다. 말을 나누지 않은 지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말을 건넨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부부는 심리적으로 마치 타인처럼 살고 있었으나 아직도 한 집에서 살고 있으며, 남편은 가끔 아내가 만들어 놓은 음식을 냉장고에서 꺼내 먹기도 한다. 또 한방에서 한 침대를 쓰고 있다. 그러나 침대에서 서로의 살이 맞닿는 적은 결코 없다. 부부는 부부도 아니고 남도 아닌 상태로 어정쩡하게 살고 있었다.

3. 남편 역시 사회적으로 성실하고 유능한 사람이었다. 직장을 찾는 시간은 매일 일정하였다. 아침에는 8시에 출근하고 저녁은 밤 열두시에서 한시에 퇴근을 한다. 간혹 출장을 가는지 짐을 싸기도 한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으니 언제 돌아올지는 모른다. 어떨 때는 일주일이 걸리고 어떨 때는 보름이 되기도 한다. 남편의 트렁크에 붙어 있는 비행기 스티커들을 보며 이번엔 외국 출장이었는지, 아니면 국내 출장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4. 남편이 자신과 철저히 타인으로 살면서도 이혼을 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인 명성 때문이라고 생각 되었다. 사실 부인도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는 남편이 없어도 충분히 혼자 살아갈 수 있지만 남들의 이목이 두려웠다.

5. 부인이 상담을 찾은 것은 자녀들의 권유 때문이었다. 대학생이 된 자녀들은 부모님이 남남처럼 지내는 것이 힘들다고 하였다. 심리학을 전공한 딸은 자신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있는 것은 다 부모 탓이라고 한다. 늘 집안 구석구석 배어 있는 썰렁한 공기가 싫다고 하였다. 자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자신만 참고 살면 된다는 생각이 결코 최상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회의가 들어 상담을 찾았다고 한다.

6. 상담이 진행될수록 첫 인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부인의 슬픔이 표출되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 학력까지 원 없이 공부하고 좋은 직업을 가졌으며, 공부 잘하고 외모 출중한 자식들을 두었건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남편과의 갈등이었다. 남편과의 갈등은 의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남편에게 사랑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인정할수록 외롭고 비참했기 때문이다. 상담을 통해 두려움 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자 부인은 많이 울었다. 그리고 남편이 원망스럽다고 하였다. 한참 만에 나온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털어 놓았다. 남편의 퇴근시간은 저녁 6시인데 늘 열두시에서 한시에 온다면 두 집 살림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섯시부터 밤 열두시까지라면 6시간이고, 누군가와 6시간을 매일 함께 있다면 이것은 분명 남편이 다른 살림을 차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의심을 더 굳히는 것은 항상 오던 회사의 명절선물들이 언젠가부터 뚝 그쳤다는 사실이다. 선물이 없어서 살림에 아쉬운 것은 아니라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지만 ‘남편에게 혹시 다른 여자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 되었다. 가끔 남편이 집을 비우면 출장을 간다고 생각했지만 의심이 의심을 낳는다고 이젠 그것이 회사 출장이 아니라 다른 여자와의 여행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니 남편의 행적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정말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지 알아내고 싶었다. 두 사람을 고용해서 일주일만 남편을 미행하도록 하면 남편의 외도에 대한 증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인은 상담에서 이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였기에 상담자인 필자는 부인에게 정 원하면 하시라고 하였다.

7. 그 부인과의 다음 상담은 공교롭게도 2주 만에 이루어 졌다. 이주동안 나는 결과가 많이 궁금했다. 약속한 시간에 부인은 상담실을 찾았고,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부인이 앉기도 전에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부인은 그냥 씩 웃으셨다. “꼭 아침드라마 보는 것 같지요” 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부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남편과 함께 살기를 원하는지 아니면 이혼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 할 수록 생각의 끝은 ‘함께 사는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 이 남편 미행을 통해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되면 남편이 더 싫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오히려 남편과 함께 살고자하는 자신의 소망은 더 멀어질 것이라는 결론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 미행의 계획을 접었다고 한다. 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부인이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부인은 진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멋진 사람이었다. 남편의 외도에 대해 심증만 가고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아내의 선택은 물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심증을 다스리는 것이었다.

8. 그 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이 아내를 멀리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집안의 격차는 신혼 초부터 남편의 열등감을 자극했다. 부인 역시 남편에게 칭찬을 거의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남편은 인정욕구가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덕분에 사회에서는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 자신의 노력과 성공에 아내에게도 인정 받고 싶었다. 그러나 칭찬에 인색한 아내, 자신감이 넘치는 아내의 모습에서 남편은 자꾸 작아지는 느낌이었고 이것은 그에게 매우 고통스러웠다. 상담을 통해 부인은 남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미안한 마음이 든 부인은 남편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는 무의미한 시도였다. 그런 상담이 15회째 되던 날, 부인은 상담실에 찾아와 들뜬 어조로 이야기했다. 남편이 출장을 가는데 공항에서 전화를 하였다고 한다. “이번 출장은 한 보름 걸려. 잘 지내고 있으라고”. 참으로 기적과 같은 변화였다.

9. 가끔은 그 부인이 생각난다. 상담이 시작되는 시기에는 -필자보다 연세가 많으신 부인에게는 외람된 표현이지만- ‘귀여운 여인’, ‘사랑스런 여인’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러나 상담이 끝마쳐지면서는 ‘지혜로운 여인’ 이라는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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