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10-11 16:53
야마다의 상혼 - 김창송 회장님 -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5,701  

야마다의 상혼

김창송 성원교역(주) 회장

 

1. 저 멀리에 보라보이는 하얀 지붕이 우리가 찾아가는 공장이라고 한다. 논밭 한가운데 농기구창고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다. 반듯한 정문도 없다. 안내자의 뒤를 따라 이층에 오르는 계단에 작은 상호가 눈에 띈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한 촌부같은 노인이 두리번거리며 우리들 앞에 와 앉는다. 좁은 테이블 앞에는 손바닥 같은 한일 양국기가 가위표로 세워져있다.

2. 자기를 야마다(山田)라고 소개하며 머리 숙여 인사한다. 고희는 훌쩍 넘긴 듯한 짤막한 키와 넓은 이마를 가린 몇 올의 머리카락, 가느다란 실눈매가 지난날의 풍진 세월을 말하듯 했다. 빌려 입은 듯한 헐렁한 작업복은 퇴색되어 빛이 바래 있었다. 긴장 속에 기대했던 우리 일행은 다소 당황하고 실망(?)했다. TV나 매스컴에서 널리 소문난 명성 있는 경영인이 이런 청소부 같은 모습으로 강연장에 나타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만 같았다.

3. “나는 현재 이 미래공업(未來工業)의 상담역(相談役)으로 있는데 그동안 찾아와 상담하는 사람이 없어 무료하던 참에 여러분을 뵙게 되니 반갑다.”며 먼저 머리를 숙인다. 능청스러운 유머에 일행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렇다 할 거창한 소개도 없이 그저 동네 할아버지가 어느 날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동네 아이들에게 옛 이야기 하듯 느릿느릿 말하는 것이 흥미롭다.

4. 회사를 차려 45년 동안 일해 보니 그 원리는 너무도 단순 한 것을 알았다. 낚싯밥(일본어로 ‘에사’라고 함)을 보고 고기가 몰려오듯 사원들에게도 같은 원리를 적용한다며 ‘낚싯밥 철학’을 펼친다. 우리 회사의 낚싯밥은 무엇보다도 받아가는 월급이 남보다 많고 일하는 시간이 남보다도 적으며 휴가제도 같은 복리후생이 남다르다. 여사원은 아이를 출산하면 3개월 유급휴가뿐만 아니라 3년 뒤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나면 또 3년을 이어서 쉴 수 있고 셋째까지 낳으면 연이어 9년을 무노동으로 임금은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고 자랑한다. 야마다는 한때 아버지 회사에 근무했다. 그러나 연극에 빠져 회사 근무가 부실해 지자 퇴직금도 못 받고 쫓겨났다고 했다. 그때 만든 오늘의 이 회사는 어느덧 반세기가 가까워 온다. 배운 것도 별로 없고 가진 밑천이라야 아버지 회사에서 17년간 얻은 경험뿐이었다. 다만 그의 남다른 점은 역발상(逆發想)이라고 한다. 항상 엉뚱한 생각으로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데 남달랐다. 그리하여 ‘항상 생각하라’ 이런 구호가 기둥 여기저기 붙어있다.

5. 또 하나는 구두쇠 정신이다. 벌어드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절약하는 일이야말로 기업가 정신의 필수라고 한다. 복도는 컴컴하고 사무실 형광등은 세대에 한 대는 불을 끄고 그것마저도 하나하나에 실명제로 하여 관리자의 이름이 붙어있다. 복사기도 3층 사무실에 한 대뿐이고 휴대전화도 쓰지 못하게 한다. 이것은 사원 가정의 경비 절감을 위해서다. 우리 앞에 놓인 엽차 한잔도 1원짜리라며 웃어넘긴다.

6. 그러나 지난해 호주에서의 회사 사원 연수에는 무려 10억원이나 넘는 돈을 물 쓰듯 썼으나 그것은 사원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아끼지 않는다는 그의 남다른 철학이다. 이 공장 주인은 지금 일하고 있는 모든 종업원들이다. 이들이 땀 흘려 일하면 회사는 절로 굴러간다며 목청 높여 말한다.

7. 나는 그의 강의 끝에 지난해의 세계 불황기속에 800명 종업원을 한 사람의 해고도 없이 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는 평소의 15% 이익률이 5%로 떨어졌을 뿐 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8. 또 느닷없이 보충설명이 이어진다. 구내 식권 인쇄비용을 아껴 부식을 충실하게 하며 가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가지도록 4시 45분이면 퇴근시키고 잔업을 하는 사원에게는 전기요금을 부과 시킨다니 모두가 한바탕 웃어댄다. 그는 머리 한 번 숙이고 또 옆방으로 청소하러가듯 총총 걸음으로 훌쩍 나가버린다.

9. 나고야의 하늘은 찌푸리고 봄비가 주축주룩 내린다. 달리는 차창에도 가로수에도 뿌린다. 이곳이 바로 그 명성 높은 도요다 자동차 회사가 오래 전에 뿌리내린 고장이다. 가는 길에 잠시 그 전시관을 둘러보았다. 지난날 열기는 식어 썰렁한 냉기만이 우리를 맞는 것만 같았다. 마치 일본의 자존심의 원혼이 전시관 천정을 맴도는 듯 내장각이 없었다. 일행은 이웃 나라의 아픈 현장을 눈으로 가슴으로 더듬어 보았다. 남의 일만이 아니다. 타산지석으로 나의 회사를 조용히 조명해 볼 일이다.

10. 야마다의 미래 공업은 사명(社名)처럼 저 미래를 위해 오늘도 생각하며 달리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 낚싯밥 논리만으로 그 불빛은 영원할 것인가. 기상 예측은 아무도 점 칠 수가 없듯이 경영이란 안개속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바다 건너 불구경은 좋은 특효약이 된 것만 같다.

11. 하오리와 유다가를 벗으며 온천물에 마음을 담가본다. 야마다의 상혼이 저 물안개 속에 숨 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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