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10-11 16:55
종심소욕 유불구의 경지를 생각한다. - 박춘봉 회장님 -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6,187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 不踰矩)의 경지를 생각한다

 

박춘봉 부원광학(주) 회장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한 때 유행했던 광고 문구다. 여행은 집을 나가는 것이니 불편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들면 여행을 삼가는 경향이 있었다. 잘못하면 객지에서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그랬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여행을 자주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유명한 평론가인 소노 아야꼬는 계로록(戒老錄)이라는 책에서 ‘여행지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 여행은 자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여행지에서 죽는 것을 객사(客死)라고 하는데 그는 객사를 좋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객사는 당사자에게는 투병생활의 고역이 없어서 좋고 자식들 에게는 병수발 안 들게 해서 좋다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체력이 허용하는 한 여행은 자주 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이다. 객사야 극단적인 경우를 말한 것이고 여행이 주는 기쁨이 어디 한 두 가지이겠는가. 여행에서는 동행하는 사람과의 친분이 한결 더 두터워져서 좋고 새로운 문화를 만나서 거기 감동 할 수 있으니 좋다. 더욱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나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당일치기 여행에서부터 4~5박짜리 해외여행까지도 기회가 되는 데로 여행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한국, 일본, 중국의 광학회사를 경영하는 몇 사람과 함께 일 년에 두 세 차례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 소위 ‘광학쟁이’들이 서로를 초대해 가면서 우의를 다지는 여행모임이다. 이 분들과 함께 지난봄에 일본의 고도(古都)인 교토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이 도시는 잘 관리된 흔적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건물의 높이를 5층이나 6층을 넘지 않게 제한해서 매우 안정감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천년 역사유적이 잘 관리된 흔적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어서 가벼운 산책을 하기에 참 좋았다. 새벽 산책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라 여행지에서도 산책을 즐긴다. 일본의 에도막부가 300년 동안 누려온 통치권을 천황에게 돌려주어 명치유신의 계기가 되였던 다이세이호간(大政奉還)의 행사가 이루어졌다는 고성(古城) 니조쪼(二條城)외각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호텔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급하게 되었다. 할 수 없이 택시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 차에 앉자마자 택시기사가 “연세 많으신 분이 새벽운동 하는 모습을 보니 좋아 보인다”며 느닷없이 자기 나이가 몇 살쯤 되어 보이냐고 물었다. 육십 사오세 쯤 보인다고 했더니 칠십 다섯이란다. 많이 젊어 보인다고 맞장구를 쳤더니 이야기가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일본에는 장수비결을 설명한 책이 많이 있다고 하면서 대부분의 책들이 인간의 수명은 120까지 갈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는데 자기도 120세 까지는 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말을 계속 한다. 나도 흥을 맞추며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누구의 간섭이나 제재를 받지 않고 살면 오래 살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자기의 주치의가 처방한 내용을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담배도 꼭 피우고 싶으면 피우고 술도 좋아하면 즐겨라. 먹고 싶은 것은 고기든, 채소든, 자기가 먹고 싶은 대로 먹을 만큼 먹고, 일도 하고 싶을 때는 하고 피곤하면 쉬고, 그러면서 살아가라.”고 했단다.

 

문득 공자가 논어에서 설파한 ‘나이 칠십이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라는 말이 생각났다. 공자는 말년에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인격의 발전단계를 6단계로 나누어서 삶의 가이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오십유오이지우학(吾十有五而芝宇學), 삼십이립(三十而立),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 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고 30세에 확고한 뜻을 세움으로써 평생학습을 습관화한다. 마흔에 주관이 뚜렷해지고 오십에는 하늘의 뜻을 깨닫고 육십이 되면 귀가 부드러워져서 매사를 긍정 하게 되고 이런 연장선상에서 칠십이 되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을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자의 이와 같은 인생 구분이 오늘날에도 가슴에 와 닿는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은 “공자님 같은 성인이나 가능한 일이지 범인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다” 고 말하기도 한다.

 

공자의 말처럼 나이 드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고 하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늙으니까 이리 좋은 것을’ 하고 노래한 어느 작가의 말처럼 늙음을 편안 하게 받아들이고 삶에 대하여 감사하게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생을 여한 없이 보내고 당당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한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믿는다.

 

후회 없는 인생을 설계하는 확실한 길은 젊은 시절에 어떤 기초를 닦느냐에 달려있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젊은이들에게 “20을 전후한 시기에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50이후에 어떤 인생이 되느냐를 결정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해 왔다. 훌륭한 인격은 훌륭한 습관의 산물이고 훌륭한 습관은 20대를 전후한 시기의 좋은 습관에서 비롯되는 까닭이다. 한 마디로 긍정적인 사고가 인생의 성공의 관건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 기회에 사람들에게 멘토(Mento)의 중요성을 얘기해 주고 싶다. 내가 젊었을 때는 멘토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물론 그런 환경이 되지도 못했다. 돌이켜 보면 젊은 시절에 멘토를 접해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멘토란 상대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서 상대방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그가 꿈과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승, 즉 인생의 안내자이다. 험난한 인생길을 살아가면서 길을 안내해 줄 수 있는 멘토를 두고 수시로 찾아가 겸손하게 조언을 받는 것처럼 행운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멘토가 한 명이여도 좋고 여러 명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멘토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은 사안에 따라서 각양각색이겠지만 할 수 있는 방안을 조언하면서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임무가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공직생활을 하다가 사십대 후반에 늦깎이로 사회 초년생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었다. 마침 그때 여러 도움의 말을 들려주었던 업계의 어른 한분이 계셨다. 이 분은 지금도 구십을 바라보는 연세에 건강하셔서 가끔 뵙고 이러저러한 말씀을 들을 때 마다 이런 어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 내 인생에 큰 행운 이였다고 생각 하곤 한다. 최근에는 인간개발 연구원에서 하는 매주 목요 조찬모임에서 뵙게 되는 칠십이 종심소욕 불유구를 몸으로 실천해 보여주면서 매사를 다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게 사는 분이 계신다. 이 분은 소명의식의 화신 같고 봉사하는 것을 취미처럼 즐기면서 사는 분이다. 지금 내게는 이런 분들이 멘토인 셈이다. 내가 멘토를 만난 것은 50대 이후이다. 멘토가 정말로 필요했던 40세 이전에 만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50세가 넘어 멘토를 만났으니 그래도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인생의 멘토를 두라고 조언한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긍정적인 성품을 몸에 익히며 인생의 황금기를 활기 넘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생각을 체질화 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간단히 되는 것이 아니다. 6.25 전쟁이 끝나고 전방에서 미군부대 주둔지의 뒷산 여기저기에 커다랗게 “WE CAN DO" 라는 표어가 새겨져 있는 것을 많이 봐 왔다. 이 표어를 보면서 시사한 바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가볍게 지나쳐 왔는데 지난번 미국의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 후보가 미국 국민에게 제시하는 선거 구호 ”WE CAN DO"를 보면서 오늘의 미국이 WE CAN DO라는 긍정적인 의식이 만들어 낸 것 이라고 생각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의식이 만들어 내는 좋은 결과는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희구하는 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의 경지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젊은 시절부터 쌓아온 긍정적인 인격이 오랜 동안 쌓여서 비로소 도달하는 경지이다. 마음의 밭을 가는 노력을 젊어서부터 주력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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