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10-11 17:27
위기가정을 위한 집단상담을 다녀와서 - 이남옥 소장님 -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5,428  

위기가정을 위한 집단상담을 다녀와서

이남옥 서울사이버대학교 가족상담학과 교수 / 목동가족치료연구소 소장

 

몇 달 전 집단상담을 의뢰받았다. 위기를 겪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 가족집단상담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쏟아지는 일과 쉴 틈 없는 스케줄로 한참을 망설였지만 가족상담자로서 위기가정을 돕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승낙했다. 모두 일곱 가정이 참가하는 집단이었다. 위기를 겪는 가정들이니만큼 심리적으로도 매우 우울해 있을 수 있고 또 현실적인 문제들도 매우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에 맞춰 몇 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도입부에는 서로 사귀는 시간을 가질 것이고 이어 자신을 여는 이야기를 끌어내고 마지막에는 그들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심리게임이나 대화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보니 그 준비는 망연한 나의 상상에 의한, 활용하기에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참가자들이 가족 단위이다 보니 나이어린 7세 아이부터 70대 노인까지 있었다. 이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긴 시간 집단 상담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족단위이긴 했으나 혼자 온 사람도 있었고, 온가족이 다 참가한 가족도 있었다. 게다가 어린 아이들이 대여섯 명 모여 있어 소란함이 이루 말 할 수 가 없었다. 준비해온 컨셉을 포기하고 이 분위기에 맞는 뭔가를 빨리 찾아내야 했다. 우선 한 가정씩 소개한 뒤 일단은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아이들은 말로만 진행하는 집단상담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아래 6명의 아이들 집단과 청소년과 어른들로 구성된 또 다른 집단을 만들었다. 아이들에게는 가족그림을 그리라는 과제를 주고 어른집단으로 와서는 준비해온 프로그램대로 진행했다.

 

처음 그들이 나를 보는 눈은 싸늘했다. 큰 불행을 겪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냉소적인 태도였다. 상담자가 위로하러 왔다고는 하지만 “당신이 게 맛을 알어?” 하는 표정이었다. 그들로서는 충분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관계가 망가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한 사람 씩 자신이 겪은 일들을 꺼내 놓을 때 그들의 경직된 태도들은 단지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자신과 가족을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가정은 온가족이 다 왔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11세의 아들이 참석했다. 남편은 교통사고를 당해 신체장애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몸 가누기가 편치 않아 보였고,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힘들었다. 자음은 들리지 않고 모음만 겨우 들리는 정도였다. 그러나 아내는 그의 말을 잘 알아들었으며 연신 남편의 말을 우리에게 통역해 주었다.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남편이지만, 남편을 존중하는 모습과 그래도 옆에 살아있어 행복해 하는 모습이 나를 숙연하게 했다. 교통사고로 남편이 완전히 의식불명상태로 갔다가 몇 달 만에 깨어났다고 했다. 죽지 않고 깨어났다는 사실만으로 그 병동에서 가장 부러움을 사는 가족이었다며 그들 부부는 실제로 자신들의 행운에 감사하고 있었다. 사업을 하며 열심히 일하던 남편이었다. 부인은 남편이 돈을 꽤 잘 버는 덕에 아이 양육과 집안 살림만 담당 했었는데, 이런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한 다음에는 이제 아내가 일선에 나서게 되었다. 남편이 눈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에 운전면허를 땄다고 한다. 함께 살아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여태까지 해보지 않던 가장역할을 하려니 겁이 나고 어깨가 너무나 무거워진다는 솔직한 고백을 한다. 그 가족이 집단 상담에 참가한 의의는 거기에 있었다. 그들은 행복과 감사의 마음, 그리고 혼란스러움, 버거움, 부담스러운 마음을 서로 잘 표현하게 되었다.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니 한결 삶의 무게가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라고 한다.

 

옆에 있던 가정은 부인과 세 자녀가 왔다. 12세, 10세 7세의 아들딸들은 너무나 예쁘고 총명했다. 말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면 그 총명함이 거침없이 발휘되었다. 잘 키우면 그들은 이 사회에서 정말 한 역할 하면서 살아갈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남편의 예기치 않은 죽음은 엄마에게 그 총명한 자녀들을 키울 힘을 빼앗아 갔다. 부인은 이야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끊임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자신은 위에 서술된 가족이 가장 부럽다고 했다. 장애가 있더라도 좋으니 남편이 옆에 살아있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불행을 겪은 지 3년이 지났건만 부인의 우울증은 매우 심한 상태였다.

아이들만 모인 집단에서 그 아이들에게 소원을 말해보라고 하니 아이들의 소원은 어머니의 소원과 달랐다. 어머니는 남편이 살아 돌아오는 것이라고 했지만 아이들의 소원은 엄마가 더 이상 울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엄마가 울면 자신들도 슬퍼지고 엄마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했다. 엄마가 웃고 편안하면 자신들도 편안해질 거라고 했다. 자녀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그들 가까이 있었고 기적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 자녀들은 사고를 통해 아버지를 잃었지만 지금은 엄마도 잃은 상태였다. 엄마가 우울증으로 엄마의 역할을 하지 못하니 부모 모두 자녀를 보호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의 우울증 치료가 시급했다. 엄마도 살려야 하고 아이들도 살려야 했다.

엄마에게 힘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무언가 그 부인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 부인은 너무나 복이 없어 자신이 큰 불행을 겪고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박복함을 달고 다니면 우울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함께 바꾼 이야기는 그녀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 복은 바로 자녀들이었다. 그렇게 예쁘고 총명한 자녀가 셋이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 중의 축복이었다. 그 자녀들의 일등 지킴이가 된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고 신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그 부분에서는 참가한 모든 사람이 이구동성이었고 또 부러움을 사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이들과의 집단 상담도 너무 인상적이었다, 큰 슬픔을 겪은 아이들이었지만 여전히 순진 무구한 아이들이었다. 한 아이는 행동이 유난히 부산하고 시끄러웠다. 가만히 그 아이와 이야기 해보니 쓸데없는 데서 갑자기 웃거나 도망가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신중하거나 차분하게 있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그림을 그리게 해보니 아이는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는 장면을 그렸다. 그림을 설명하면서 잠시 친구들의 눈치를 보더니 친구들이 “쟤 울겠다.”는 한 마디에 갑자기 웃음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돌리려 했다. 아이의 팔을 꼭 잡으며 아이가 상담자의 눈만 바라보게 하였다. “친구를 눈치 보지 말고 선생님과 이야기해.” 아빠가 돌아가신 장면에서 얼마나 놀랐는지? 또 아빠 생각이 날 때 얼마나 슬픈지? 등을 이야기 하게 했다. 아이의 고개가 점점 숙여지며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가야 괜찮아. 우는 것도 나쁜 거 아니고 슬픈 것도 나쁜 거 아니야.” 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그러고선 아이의 부산한 행동, 불안한 행동은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었다.

 

위기 가정과의 만남을 마치고 나오면서 한분 한 분에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의 싸늘한 눈빛은 어느 새 따뜻하고 밝은 웃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특히 산만했던 그 아이는 내가 안아주니 저도 나를 꼭 잡는다. 마음을 알아주어 고맙다는 나름의 표현이라는 걸 나는 안다. “이젠 엄마가 이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어야 하는데...” 하면서 집단상담 장소를 떠났다.

 


 
 

Total 21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먹고 안먹고는 고정관념이다. KHDI 07-18 8617
공지 [3분경영-구건서 대표] 2017 사장님만 모르고 있는 노동법 KHDI 02-28 17119
공지 [3분경영-염동호 이사장] 300년 장수기업의 장수 DNA KHDI 02-28 17065
공지 [전미옥 칼럼] 인어공주의 매력은 목소리가 전부였을까? KHDI 02-21 16636
공지 [전미옥 칼럼] 천지개벽해도 ‘사람’이 경쟁력이다! KHDI 02-24 16277
공지 [김덕희 칼럼] 상호간 win-win을 추구하는 전략적 비즈니스 협상… KHDI 10-12 16657
공지 [홍의숙 비즈칼럼] ‘감성터치’로 쑥쑥 크는 노동 생산성 KHDI 03-04 17646
공지 CRM(고객관계관리)의 진정한 의미-김덕희 영업연구소장 KHDI 02-01 16721
공지 구건서 대표-내비게이터십 내인생은 내가 디자인한다 KHDI 10-14 17017
공지 자본주의 5.0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유가치 창출_김덕희 … KHDI 10-04 17112
공지 21C 감성마케팅 시대의 고객 니즈별 차별화 전략_김덕희 영업연… KHDI 10-04 17259
공지 [월간인사관리] 류랑도 대표 - 직장은 일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KHDI 03-31 18883
공지 공중정원과 히브리노예들의 합창 KHDI 12-23 19461
공지 봄이 오는 소리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KHDI 04-07 21243
공지 놀이와 노동 - 최윤규 카툰경영연구소 대표 KHDI 01-23 22740
공지 꿈과 비전을 준비하는 인생의 밑바닥 KHDI 10-06 23344
공지 왜 인문학인가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KHDI 09-02 23962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KHDI 09-01 24029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 KHDI 08-22 23775
공지 변화와 혁신의 시대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서울대AMP 로타리 … KHDI 08-18 23292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비틀즈의 꿈 이야기 KHDI 07-14 24041
공지 아는만큼 보이고 든 만큼 말한다 - 가재산 피플스그룹 이사장 KHDI 07-08 23976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컨버전스(Convergence) KHDI 07-02 24317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잠자는 가치관] KHDI 06-23 26242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영화 인시디어스] KHDI 06-23 25848
공지 “마케팅은 surfing이다” 차송일 소장의 차 한잔의 마케팅 이야… KHDI 04-22 24659
공지 아하! 기사와 글쿠나! 선생 - 피플스그룹 대표 가재산 KHDI 03-28 26789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수상한 그녀] [겨울왕국]편 KHDI 02-18 27983
105 [손경식 대한민국서화원로총연합회 회장] 경제풍월 칼럼 - 사해… KHDI 06-07 4723
104 메릴린치 글로벌 리서치(2011.6.2) KHDI 06-03 4633
103 고 황장엽 추모시(공한수 Big Dream & Success 사장) KHDI 10-18 5620
102 부품산업 힘들지만 결국 경영자의 몫이다. - 박춘봉 회장님 - 홍보팀 10-11 5286
101 위기가정을 위한 집단상담을 다녀와서 - 이남옥 소장님 - 홍보팀 10-11 5429
100 산책길에서 - 김창송 회장님 - 홍보팀 10-11 5349
99 물고기 마을 (제주 인간개발원 CEO 포럼) - 김창송 회장님 - 홍보팀 10-11 5808
98 황푸강변의 나들이 (상하이 엑스포 참관기) - 김창송 회장님 - 홍보팀 10-11 4731
97 종심소욕 유불구의 경지를 생각한다. - 박춘봉 회장님 - 홍보팀 10-11 6194
96 야마다의 상혼 - 김창송 회장님 - 홍보팀 10-11 5702
95 마리사의 미소 (의료봉사를 마치고) - 김창송 회장님 - (2) 홍보팀 10-11 5759
94 뽀르르야! 잘 지내고 있지? - 장영주 서양화가님 - 홍보팀 10-11 6600
93 심증만 가고 물증이 없는 남편의 외도, 그리고 아내의 선택 - 이… 홍보팀 10-11 7990
92 동네 대중목욕탕을 자주 가는 이유 - 이보규 소장님 - 홍보팀 10-11 6412
91 어느 착한 부부의 슬픔 - 이남옥 소장님 - 홍보팀 10-11 5367
처음    1    2    3    4    5    6    7    8    9    10    다음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