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9-30 10:28
누가 뭐라고 해도 일본은 선진국이다 - 박춘봉 부원광학 회장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4,953  

일본을 우습게 보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 하다고 한다. 좀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일본을 우습게 보는 담대함이 있었기에 우리가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보는 역설도 있다. 최근에 와서 비록 우리의 위상이 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일본은 아직도 우리가 배울 게 많은 나라이다.

제조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본은 늘 따라 배워야 할 선진국이다. 최근에는 삼성이 소니(Sony)를 앞질렀다느니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선박, 가전분야는 일본에 좀 앞섰다거나 근접했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지금도 그렇지만 2,30년 전만 해도 일본은 우리나라 제조업이 따라 배워야할 확실한 기술 선진국이었다. 나는 아직도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서 아주 다양한 산업정책을 만들어 최선을 다 해서 도와오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정책 가운데 ‘외국인 기술자 초빙기술지도’라는 것이 있다. 중소기업이 선진국 기술자를 초빙해서 기술 지도를 받고자 정부(중소기업 진흥공단)에 신청을 하면 기술지도비, 왕복항공비, 국내 체재비 등의 비용을 정부가 상당 부분 지원해준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중소기업은 30% 정도만 비용부담을 하면 외국인 기술자를 초빙해서 기술 지도를 받을 수가 있었다. 나는 그 혜택을 아주 잘 본사람 중 하나이다.

일본인 광학기술자를 초빙해서 기술 지도를 받을 때 일본사람의 일하는 자세를 보고 감동받았던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흥미로워 한다. 일본 기술자들은 렌즈연마 기술 지도를 하려고 하면 연마기의 원리, 유리소재의 특성, 치 공구의 설계 및 제작, 연마 작업요령 등을 작업 현장에서 아주 자세하게 손수 기계를 작동하면서 가르쳐 준다. 그날 하기로 계획된 기술 내용의 전파를 위해서 밤 아홉시, 열시가 되어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열심히 지도를 해준다. 우리기술자들은 좀 일직 끝냈으면 하고 힘들어 하지만 이들은 일이 끝 날 때 까지 일에 푹 빠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맡은 일이 잘 마무리 될 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은 일본의 현장기술자들이 갖고 있는 근성이다. 일본이 제조업의 최강국이 된 데는 이런 근성이 그 바탕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끔 일본의 제조현장을 방문해 보면 또 다른 점을 배울 수가 있다. 일본의 공장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정리, 정돈이 확실히 되어있는 것 말고도 작업자의 자기기계를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기계의 상태를 자세히 점검하고 시운전을 해보고 본격적인 기계 조작을 시작 한다. 일과가 끝나면 반드시 기계를 반질반질하게 잘 닦아 놓는다. 사실 이 부분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안 되는 부분이다. 이들이 기계 조작자에게 교육시키는 내용을 들으면 자기기계를 사랑한다는 말은 기계가 늘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는 하는 것을 뜻한다. 기계를 조작하는 기술자는 기계를 개량(改良), 개작(改作) 할 수 있을 때 까지 기계를 공부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일본사람들의 길흉사에 초대되어 갔을때의 이야기이다. 1990년대 중반쯤으로 기억하는데 일본의 광학업계에서도 꽤 규모가 큰 광학회사의 사장이 작고해서 그 장례식에 초대되어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내가 처음으로 접하는 광경이여서 인지는 몰라도 전문 장례식장이라는 것이 별도로 있고 그 규모가 크고 내부 장식이 아주 깨끗하게 되어 있어서 놀라웠다. 뿐만 아니고 식장에 참가한 조문객들의 복장이 한사람도 예외 없이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하고 있는 것에 놀랐다. 더 낯설게 보이는 것은 상제들과 회사의 중역들이 입고 있는 연미복이었다. 연미복은 명치유신 이후에 일본에 들어온 복식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정연하게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사람들의 발 빠른 변신이 놀라웠다. 또한 한 치의 착오도 없이 모두가 그 질서에 따르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조문객에게 제공되는 식사 접대의 광경은 지금도 눈에 선 하다. 음식상이 일인용으로 되어 있어서 음식도 한사람 분씩 날아왔다. 조문객의 식사를 내 오는 일은 물론이고 조문객들에게 공손히 술을 따라주는 일까지 회사의 여직원이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때가 1990년대 전반기여서 우리나라에서 격렬한 노사분쟁이 있고 나서 10년이 채 안 되는 시기였다.

나는 1987년 전후에 있었던 노사분규 때 은행 여직원들의 주장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다. 그때 여직원들이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 바로 차 심부름 문제였다. 은행의 여직원이 은행에 취업한 것은 남자직원이나 다를 바 없이 은행의 일반 업무를 하기 위해 입사한 것이지 차 심부름을 하기 위해 입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 심부름을 안 하겠다는 주장이었다. 그것이 관철되어서 요즘 은행 지점장실을 방문하면 어김없이 지점장이 직접 차를 내 놓는 모습을 보게 된다.

차 심부름 문제는 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쪽에도 파급되어서 지금은 여직원에 의한 차 심부름을 하지 않는 기업이 많이 있다. 여권 신장이나 양성평등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의 여기저기를 방문하면 예전처럼 여직원이 주는 차를 마시는 일이 낯설지 않아 우리나라와는 매우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부상을 보면 눈부실 정도이다. 여성 고시 합격자의 수가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는 통계도 있고 대학 합격자도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여러 국제적인 운동경기에서 우리나라 여자선수들의 활약이 훨씬 돋보이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여성들에게 하기 싫은 차 심부름을 하게 하는 것은 재고해야 하고 어떤 시각에서 보면 그 주장이 일리가 있는 일면이 있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을 꼭 같은 저울에 놓고 같은 무게로 재는 데에는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다. 일터에서 거칠고 무겁고 힘든 일은 남자들이 해 왔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어울려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금 까지 조화(調和)롭게 역할을 나누어서 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가는 게 순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직장에서 고객에게 차 대접하는 일까지 이상한 잣대로 잴 일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

좀 다른 이야기이다. 내가 20여 년 동안 거래했던 한 일본 광학 회사 중역의 딸 결혼식에 초대되어서 겪었던 이야기이다. 일본의 혼례식은 우리와 달리 혼주가 미리 청첩장을 보내고 하객들로부터 참석여부를 회신 받는다. 참석하기로 된 하객들은 미리 그룹별로 구분해서 좌석을 정한다. 초등학교 동창, 중학교 동창, 회사의 임직원, 신랑신부의 친구, 직장동료 등으로 구분해서 좌석이 정해지고 좌석에 명찰까지 준비된다.

나는 거래업체이고 외국에서 온 손님이여서 혼주가 앉는 자리 옆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자리에 앉아서 옆 혼주의 좌석을 보니까 어떤 여자의 사진액자가 놓여 있기에 무엇인가 의아해 했다. 하객들이 좌정을 하는데 혼주가 사진액자를 안고 다니면서 하객들과 담소를 하는 모습이 보여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일본사람에게 저 사진은 뭔데 혼주가 저렇게 안고 다니느냐고 물어봤다. 3년 전에 작고한 혼주의 부인이고 오늘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의 모친의 사진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죽은 사람의 사진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기도 하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옆에 있는 일본사람에게 어떻게 죽은 사람의 사진을 혼례식장에서 들고 왔다 갔다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옆 에 있는 분이 “그건 일본의 문화 아니겠느냐?”는 간단한 대답이다. 그래도 내게는 납득이 안 되는 일이였다. 결혼식이 진행되면서 절차나 식순도 주례사만 있는 우리와는 달랐다. 우인대표, 가족대표, 직장상사 등의 축사가 이어졌다. 그 축사 가운데 빠짐없이 거론되는 이야기가 신부의 모친이 지금까지 살아있으면서 오늘을 함께 했으면 좋았겠는데 안 계셔서 안타깝다는 이야기, 생전에 신부를 아끼고 사랑해 주었던 여러 이야기들, 그러니까 여러 사람들이 하는 축사내용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신부 모친의 생전의 모습 이였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식순이 끝날 때쯤에야 작고하신 신부 모친의 사진을 들고 다니는것이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신부 모친이 작고했다는 사실은 거기 하객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딸의 결혼식에 모친이 없어서 안타깝고 섭섭한 감정은 모두가 갖고 있는 일인데 굳이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결혼식장에서 거론하는 것을 금기시 하는 것 이야말로 합리성을 결한 후진적인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이 문화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의 경제지표를 포함한 여러 지표가 많이 향상되니까 일본을 곧 따라 잡을 것 같은 이야기도 많이 있고 사실 그랬으면 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한 일본 친구가 서울을 돌아본 뒤 “한국에는 일본이 따라가지 못하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인천공항, 부산신항만, 삼성전자, 한국 아줌마 파워, 한국 여성 골프를 꼽았다. 한국 아줌마의 힘은 사회를 움직일 만큼 크고, 여자 골프는 세계를 흔들고 있는 않느냐는 소리였다. “이제는 여자 축구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여성이야 말로 한국의 최강 ‘상품’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그렇지만 정준명 전 삼성재팬 사장은 이런말을 했다. 한국인은 크고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것을 자랑으로 알지만, 일본 수상이나 일본인은 20평정도의 집에서 사는 것을 자족으로 알고 만족해한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의 전직수상이나 각료들이 20평 규모의 집에 사는 것이 일반화된 나라라고 한다.

어느 면으로 보나 일본이라는 나라는 따라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나라인 것은 분명하다. 일본을 우습게 볼일이 아니고 겸손하게 앞선 문화를 따라 배워야 할 일이다. 동시에 우리의 독특하고 질 높은 문화를 열심히 발굴하고 발전시켜서 어느 일본사람이 지적한 일본이 따라잡지 못할 다섯 가지 보다 더 많은 다섯 가지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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