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1-09-30 10:41
삶의 쉼표 - 가재산 조인스HR 대표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4,595  

필자가 나가는 여러 모임 중에 이업종(異業種) 연합회라는 모임이 있다. 이 연합회는 업종이 다른 회사의 경영자들이 모이는 전국적인 조직을 가진 모임인데 필자가 이 모임의 단위회장직을 맡고 있다. 하반기 행사 중 하나로 1박2일 워크샵을 통해 친목도 다지고 내년 모임의 방향을 잡기로 했다. 그런데 이 모임의 고문을 맡고 있는 H형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가평 소재 별장 겸 연수원으로 추천을 하여 그곳으로 모이기로 했다. 10월 중순이라 단풍이 어느 정도 시작되어 서울에서 남한강을 옆으로 끼고 달리는 길목은 상큼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하였다. 한 시간 반 정도 달려 벼가 무르익어 고개 숙인 논밭의 한가운데 있는 그곳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넓은 잔디마당과 지하 연수시설을 포함해서 3층의 아담한 펜션스타일의 집이였는데 그 집의 이름이 바로 ‘삶의 쉼표’였다.

미리 준비했던 민물 뱀장어를 숯불에 구운 바비큐와 그 지방의 특수 막걸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즐거운 환담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 이야기 과정에서 오늘 초대해준 H형에게 이 펜션의 이름을 삶의 쉼표라고 지은 이유를 듣는 순서가 이어졌다.

“음악이나 글에는 쉼표가 있다. 글에 마침표만 있고 쉼표가 없다면 너무 지루하고 문장이 길어지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요점을 파악하기조차 힘이 들게 된다. 만약 음악에도 쉼표가 없다면 금방 힘이 들고 숨이 막히고 만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소중한 인생에 쉼표가 없이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삶에서 더 멋진 인생, 더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려면 반드시 쉼표가 있어야한다.”

H형의 생각은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었다. 다른 더 큰 꿈이 있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대부분이 그저 달리기만 하다가 중도 퇴직이나 정년을 맞게 되면 준비된 제2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살아간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 장소를 쉼 없이 뛰는 사람들을 위해 쉼의 장소로 제공하고, 퇴직자들에게 희망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계기를 만드는 명소로 개발하고 있고 지금도 일부는 진행하고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H형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큰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자신들을 한번 뒤를 돌아보고 반추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H형도 인생의 한정점이 되는 60이 넘는 어느 순간에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 연수원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일주일을 월요일부터 쉼 없이 바쁘게 뛰지만 주말이면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여유와 쉼을 위해서 이곳에서 보낸다고 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퇴직이나 은퇴를 ‘끝이나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은퇴라는 말이 영어로는 Retire인데 Re+tire 즉 ‘타이어를 바꾸어 뀐다.’의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즉 은퇴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을 쉬고 다시 시작하라는 중요한 메세지이자 새로운 출발의 계기라는 인식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은 쉼에 대해서 바쁘다는 핑계만으로 너무나 무관심하고 인색하다. 우리들은 삶의 의미, 사랑, 행복, 여유가 뭔지도 모르고 헐레벌떡 앞만 보고 뛰어다닌다. 그러나 숨 가쁘게 달리다 뒤를 살며시 바라보는 순간 내게 주어진 풍성했던 모든 것들이 차츰 떠나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실제로 한국인이 세계 최고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고, 유난히 자살률이 높다. 1994년 무렵 10명이 안되던 자살률이 2008년에는 무려 26명이 되었고, 75세 이상 자살률도 OECD 회원국 평균보다 8.3배나 높다. OECD가입국 중 자살률 1위인 사회가 바로 우리나라, 자살공화국의 현주소다. 하루 평균 37명 정도가 자살하고 40분마다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심각하다. 최근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중 '업무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96%로 미국(40%) 일본(61%)보다 월등하게 높다. 보통 회사에서 PC가 고장이 나면 업무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회사에 수리를 의뢰한다. 이 경우 회사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수리를 해준다. 그러나 직원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나 고민이 있을 때 이를 회사에 신고하기란 쉽지 않으며, 신고하고 싶어도 마땅한 경로가 없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는 관리되지 않고 쌓여만 가게 되고, 결국 우울증이나 과로사 같은 돌이키기 힘든 치명적인 문제가 되고나서야 후회를 하게 된다.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퇴직이나 정년이 빠르게 다가온다는 사실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축적해왔던 경험이나 경력(career)이 어느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상시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조기 퇴직이 성행하다보니 막상 한 분야, 한 직장에서 한쪽만 보고 달려온 직장인들한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잠시라도 뒤를 바라볼 겨를도 없이 직장을 그만 두면서 지금까지의 경력이 급작스레 무용지물이 되는 ‘커리어 쇼크’를 당하는 것이다.

적당한 쉼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좋은 에너지이며 충전의 기회를 가져다준다. 충전을 해나가는 동안 행복이란 무엇이고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도 되뇌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멀리만 있다고 생각하는 행복의 문도 준비된 사람에게는 더 빨리 열리기 마련이다. ‘행복의 역설(逆說)’이라는 책에서 질 리포베스키는 “사람들은 행복이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심한 절망과 상실감을 경험한다. 그리고 행복을 말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흔히 슬픔이 묻어있다.”고 말한다. 행복은 잡으려고 쫒아만 가서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허구한 날 똑같이 이어지는 삶속에서 자신의 빛깔은 바래져가고 쉼표 없이, 도도히 흘러가는 타성의 흐름에 지금 우리는 떠내려가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대나무에는 마다가 있어서 단단해 지듯이, 자신의 뒤를 돌아보고 주위도 살피며 적당한 쉼표를 찍어가며 자신이 만들어 놓은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음표뿐만 아니라 쉼표가 음악을 완성하는 것처럼, 때로는 삶에도 빈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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