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8-07 17:17
잊지 못할 나의 선생님 - 가재산 조인스HR 대표
 글쓴이 : KHDI
조회 : 3,944  

                               잊지 못할 나의 선생님
 

                                                                       ㈜조인스HR 대표 가재산
 


누구에게나 평생 잊지 못할 선생님이 한 분쯤은 있다. 내게도 그런 선생님이 한 분 계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게 가르침을 베풀어주신 무수히 많은 선생님들 중에서도 유독 기억이 많이 남는 분이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이셨던 이인기 선생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분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아마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충남 태안 해안가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내 또래 세대가 겪었듯이 나도 어릴 적 농촌에서 자라며 교육의 혜택과는 거리가 있었다. 사실 50여 년 전의 농촌은 어느덧 선진국의 문턱까지 와있는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소위 말하는 보릿고개를 체험한 마지막 세대라고나 할까? 당시를 회고해보면 여러 가지 추억들이 소록소록 생각이 난다. 어쩌다보니 나는 어릴 적부터 줄 곳 반장을 하게 되었는데 3학년 때까지 연분홍 색깔을 한 저고리와 바지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 맨 앞줄에 서 있었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서울로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어머니와 밤마다 냇가에 가서 참게를 잡아 시장에서 팔아 여비도 내고 남은 돈 중 용돈으로 30환을 받아들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던 기억도 아련히 떠오른다.

그뿐이랴. 봄이면 양식들이 떨어지는 때라 보리가 다 익기도 전에 먼저 보리를 잘라 푹 삶아 소쿠리에 가득 담아 놓으면, 열이나 되는 형제와 조카들이 한꺼번에 숟가락을 들고 먼저 많이 먹으려고 덤벼들었던 기억이 아른거리기도 한다.

여하튼 내 운명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던 시절로 기억된다. 그때는 부자든 가난뱅이든 너나없이 교육열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한 세대에서 한 명만이 중학교에 다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어쩌다 계속 반장도 하면서 학교생활에 충실했지만 막내인 나는 당연히 중학교를 꼭 가야한다는 생각도 못했고, 부모님께 학교 보내달라고 떼를 쓸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너도 초등학교 졸업하면 산에 가 나무하고, 농사일을 하며 살아라.”라는 말 한마디로 형님들과 같이 이미 내 몫의 지게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별달리 진학을 위한 공부도 하지 않았다. 산과 들로 다니면서 집안일을 거두는 걸 내 운명이자 삶의 몫으로 알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재산이는 학교의 명예가 있어서 꼭 중학교 시험을 봐야 합니다. 한 번 시험만이라도 보게 해 주세요.”

담임선생님이었던 이인기 선생님께서 직접 중학교 시험응시 원서를 사들고 집에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안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후다닥 달려가 보니 선생님께서 환한 얼굴로 나를 지켜보셨다. 선생님께서 중학교 입시시험만 봐보는 조건으로 아버지의 도장을 받아내신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그간 놓고 있었던 공부를 허겁지겁 다시 시작했다. 열악한 여건은 여전해서 내 책상에는 참고서도 문제집도 없었다. 그저 학교에서 받은 책과 선생님이 알려준 내용들로만 목마른 지식을 충전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각종 도서관이 있고,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정보를 통해 빠르고 정확한 도움을 얻을 수 있지만, 당시의 교육현실은 삼촌이 본 책을 형이 봤다가, 그 책을 다시 막내가 보는 식으로 대물림해서 내려오는 책을 읽어야 할 정도로 열악했다.

우여곡절 끝에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자 발표의 날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합격을 해도 중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발표장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이인기 선생님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중학교 전체 시험에서 운이 좋게도 수석을 차지했고, 중학교 3년간 수업료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원받는 혜택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밑으로 여동생은 물론 조카들이 다섯 명이나 줄을 서 있고, 타지 중학교로 가야 하는 탓에 먹고 자는 생활비의 문제도 있어서 처음에는 아예 입학이 고려되지 못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중학교 입학이라는 허락을 받았다.

중학교로 진학하는 게 얼마나 인생의 큰 변화를 주고 인생의 방향을 어떻게 크게 바꿀지 아무도 몰랐다. 이 인기 선생님의 제자 사랑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그런 행운을 가지고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도록 해주시는 은인을 만나는 것도 생각해보면 쉽지 않다.

“노력은 운명도 바꿀 수 있다. 내 스스로 가진 모든 능력을 쏟아부은 후에 변덕스런 신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라.”

이 인기 선생님의 가르침은 단순한 선생님으로서 지식전달자의 역할이 아니라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소중한 메시지를 내게 주었다. 그 때 이 선생님이 아니었더라면 나의 인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중학교를 입학하고 선생님을 찾아뵈었을 때였다. 펄쩍 뛰시며 너무나 좋아해주시던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우리 집 사정을 알았던 당시 선생님은 내가 시험만 보겠다고 약속 했기 때문에 행여 마지막까지 중학교에 가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신 분이다.

몇 년 전 서울에서 선생님의 손녀 결혼식 때 선생님을 찾아 뵌 적이 있었다.

“우리 재산이가 너무 잘됐어.

그러시면서 나를 안아주신 노신사는 인생의 주름처럼 많이 약해지셨지만 지금도 내 인생을 멋지게 살게 만들어준 ‘마술사’ 같은 분으로 회고된다.

선생님은 평생을 언제나 꼿꼿한 성품 때문에 개인적으로 손해를 많이 보신 것 같다. 평교사로 정년을 맞이하신 것도 이와 무관해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뵐 때마다 몇 번을 여쭈어 보아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셨다. 그 이후에도 단 한차례의 후회나 아쉬움을 내비치신 일이 없으셨다.

“난 선생 40년 동안 재산이가 가장 기억에 남아. 인생을 멋지게 살아야 돼.” 지난해 찾아뵙고 헤어질 때 선생님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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