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9-07 14:47
결혼, 그 낯설음에 대하여-이남옥 서울사이버대 교수 /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3,513  

부부는 결혼한 지 이제 9개월째이다. 그런데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고 해서 긴급 부부위기상담이 진행되었다. 부부는 둘 다 최고의 학력과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학업과 전문가로서의 안정을 위해 열심히 뛰는 동안 나이는 훌쩍 소위 예기하는 결혼 적령기를 넘어서게 되었다. 결국 결혼 정보회사의 도움으로 서로의 기대와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아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결혼과정부터 만만치 않은 갈등과 스트레스들이 발생했다. 시간이 갈수록 두 사람은 결혼이 좋은 것 보다는 힘든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개인으로서 홀로서기가 가능한 사람들로서 결혼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것이 현명한 결정인지를 알고 싶어 상담을 찾아왔다. 그들을 보며 문득의 우리의 결혼과정이 생각났다.

결혼, 그 낯설음을 본 것은 갓 결혼하고 난 직후였다. 독일 유학중에 만난 우리는 일 년 정도 연애를 했다.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독일에 있으면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결혼을 하기위해서는 대면한 이후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다행히 양가의 부모님께서는 우리의 인연을 반겨주시고 축복해주셨다. 두 달여 간의 여름방학 기간 안에 결혼허락부터 결혼식까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 되었다. 만남도 자연스러웠고, 사귀는 동안에도 큰 굴곡이 없었고, 부모님의 허락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다보니 우리의 연애와 결혼은 정말 드라마틱한 구석이라곤 찾을 수가 없었다. 해서 남들처럼 눈물 흘리며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가슴 아픈 절절한 사랑의 스토리 같은 것은 쓸 수가 없다.

그러나 결혼에 대한 드라마틱한 경이로움과 충격들은 결혼 직후부터 성큼성큼 다가왔다. 우리의 데이트는 각자의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었다. 바쁠 땐 함께 학교 식당을 찾기도 했지만 내 기숙사나 남편의 기숙사에 가서 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된장찌개도 끓이고, 어떨 땐 함께 김치를 담아 먹기도 했다. 야채를 씻으면서도 우리는 마치 소꼽놀이를 하는 양 즐거웠고, 요리책대로 김치를 담갔는데 왜 김치 맛이 안나는 지에 대해 의아해 하기도 했다. 흉내만 낸 음식들이었지만 우리는 참 맛있게 먹었다. 식사가 끝나면 우리는 같이 일어나 설거지를 했다. 주로 그릇을 씻는 사람은 남편이고, 나는 남은 반찬을 정리하고 상을 닦는 일을 했다. 많은 연인들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즐겼겠지만 우리의 데이트는 ‘함께 밥 해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미있고 행복했다. 그때의 꿈이라면 남들과 함께 쓰는 주방이 아니라 ‘우리만의 부엌이 있으면 더 예쁘게 꾸미고 더 맛있게 음식을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정도였다.

그런 소박한 꿈은 결혼을 통해 이루어 졌다. 우선 늘 함께 있을 수 있었고, 또 우리들만의 부엌도 생겼다. 그러나 결혼 직후 바로 변한 것은 우리의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만이 아니었다. 사람도 변했다. 아니 연애가 결혼으로 되면서 서로에 대한 기대와 모델이 변했다. 결혼식과 신혼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독일로 돌아갔다. 그런데 독일에 도착한 뒤, 남편은 식사가 끝나면 그냥 앉아 있었다. 아마 설거지는 부인 몫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식사준비와 마무리는 더 이상 우리의 소꿉놀이가 아니라 일상적인 부인의 의무로 전락했다. 참 신기했다. 많은 즐거웠던 일들이 결혼을 거치면서 다른 색깔과 향기로 바뀌고 있었다. 남편은 아침에 학교를 가면서 내게 많은 과제를 주었다. 도서관에서 찾을 수 없는 책들은 출판사에 전화해서 구입하도록 했고, 이러저러한 서류 일을 맡기기도 하였다. 부인을 월급 안줘도 되는 비서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나는 결혼 직후 석사 졸업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그런데 마침 남편의 지도교수는 다른 도시에 있어 우리는 부득이 이사를 해야 했다. 도시를 옮겨 혼자 시험준비를 하자니 어려움이 많았다. 공부하던 도시에 남아 있었다면 함께 친구들과 시험 정보도 나누고, 스터디 그룹을 하면서 공부하면서 훨씬 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도서관이 닫히는 밤 열시까지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남편은 7시 반 정도에 집에 가지고 했다. 그럼 나는 부부는 늘 마음을 맞춰 함께해야한다는 부담에 무거운 마음으로 도서관을 나서곤 하였다. 전에는 함께하는 시간들이 꿈처럼 행복하고 즐거웠는데 이제는 두 개의 몸이 하나로 움직이는 것처럼 무거움이 느껴졌다.

남편도 역시 그런 변화를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결혼 전에는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데 이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는 것이 무거운 책임감으로 느껴졌을 것 같다. 막내로 태어나 귀여움만 받고 자란 남편에게는 아내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아이에서 갑자기 어른이 되는 충격과 긴장이라고 할까? 가끔 남편이 표현하기는 했지만 나는 그게 어느 정도의 부담인지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 솔직한 나의 고백이다.

결혼 생활 20년 동안 많은 좌충우돌을 통해 우리는 함께 하는 삶에 매우 익숙해져있다. 그동안 천사같이 예쁜 딸도 낳았고, 공부도 끝내고, 직장을 구하고 또 집도 샀다. 많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혼에 대한 그 낯설음은 사라져 갔다. 늘 큰소리치고 당당했던 남편이 이제 중년이 된 후 자주 삐진다. 그래도 이젠 그게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원래 신경질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 알고 있고 또 그러다 혼자 풀리겠지 하는 낙관이 있기 때문이다.

나를 찾은 부부도 이제 막 결혼에 적응하면서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부부가 상담을 통해 서로에 대한 기대를 나누고 또 서로의 마음을 나누면서 그래도 ‘함께 하는 삶이 괜찮다.’는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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