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9-07 14:48
남편과 친정어머니의 종교갈등-이남옥 서울사이버대 교수 /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4,384  

부인의 고민은 남편과 친정어머니의 종교 갈등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었던 작은 갈등이었다. 어머니는 신앙심이 깊은 분이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계셨는데 주일을 지키고 기도생활을 성실하게 하셨다. 그러나 자녀들에게 자신과 같은 신앙생활을 강조하시지는 않으셨다. 딸의 배우자감이 종교가 없다는 것을 아시게 되었을 때도 크게 문제 삼지도 않으셨다. 남편 역시 미래의 장모님의 종교에 대해 오히려 호의적이었다. 항상 성실한 신앙생활을 하시는 모습에 존경심을 가졌으며 그분의 기도 속에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고도 하였다. 미래의 장모와 사위의 서로에 대한 호감과 존중으로 결혼은 큰 무리 없이 이루어졌다. 부부는 신혼집을 장만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장모님 집에서 살기로 하였다. 남편의 직장이 가까워 여러모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장모와 사위의 갈등은 함께하는 식사시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장모님은 식사 때 기도를 아주 오래 하셨다. 가끔은 기도 중에 감정이 깊어지시면 눈물을 흘리시기도 했다. 그 눈물은 감사의 마음에서 우러나왔고, 또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런 분위기는 남편에게 매우 낯선 것이었다. 지나친 감정의 표현들이 부담스럽고 거북하게 느껴졌다. 대충 넘어가고 싶었지만 그런 식사 시간이 반복 될수록 피하고 싶은 거부감은 어쩔 수 없었다. 남편은 서서히 싫은 내색을 밖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인에게 장모님의 흉을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남편은 “장모님은 왜 저러신다니?” 하고 지나가는 말투로 이야기했지만 부인의 마음은 많이 불편했다. 크게 대꾸하지는 않았지만, 온몸으로 남편의 말을 거부하는 것을 남편이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남편 역시 자신의 이야기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답답하고 서운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짜증이 났다. 그 후로 남편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갈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식사시간을 피했다. 부득이 함께 식사를 해야 하면, 늘 늦게 나타났다. 기도시간을 피하려는 의도가 그 누구에게도 보였다. 부인은 이런 상황에서 늘 안절부절 하였다. 편안해야 할 식사시간이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이러한 갈등은 아주 서서히 이 가족에게 익숙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 바랐지만 부인은 남편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어머니를 거부하고 남편에게 손을 들어 주는 것은 지금까지 키워주신 어머니에 대한 배반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아내에게 실망하면서, 서서히 갈등의 현장에 자신의 자녀들을 끌어들였다.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신앙을 강요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곤 하였다. 할머니의 기도를 따라하지 말라고 하면서 장모님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이쯤 되니 친정어머니 역시 힘들어 하셨다. 평생 자신의 신앙을 지키며 많은 것을 의지해왔는데 무언가 근본적인 것에 도전 받는 느낌이 들었다. 갈등을 피하고 싶었지만 함께 사는 사위와의 갈등에는 의지와 상관없이 휘말리는 느낌이었다.

이제 두 사람의 갈등은 종교라는 테마를 떠나고 있었다. 생활 태도, 성격, 경제적인 부분까지 잘잘못을 따지게 되었다. 갈등 테마의 영역도 다른 데까지 번지고 있었지만 갈등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었다. 남편과 친정어머니의 갈등은 부인, 자녀들, 그리고 양가의 원가족 뿐만 아니라 특정 종교인들의 비난 등으로 계속 확장되어갔다.

처음에는 대화로서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갈등이었지만 그것은 점차로 해결 불가능한 영역으로 치달아 가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갈등의 블랙홀로 무기력하게 빠지고 있었다. 갈등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가 불행함을 느꼈다. 이 불행에서 헤어나는 길은 다른 사람이 고집을 버리고 사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상담을 찾아 왔을 때도 모두가 원하는 것은 상담자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었다. 남편은 장모님의 지나친 종교 생활이 얼마나 모순되고 과장되었는지를 말했고, 부인은 남편이 어른인 장모님께 얼마나 무례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지 열렬히 피력했다. 자신의 말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여태까지 있던 많은 사건들을 열심히 찾아내어 말을 쏟아 냈다. 그러나 이 경우 상담자가 사연을 듣고 누구의 편을 들어주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모두가 옳기 때문이다. 또 어느 한 편을 들어주는 것은 이 갈등을 해결하는 데 아무 의미가 없다. 한쪽 편을 들어주게 되면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갈등해결, 또는 적절한 갈등대처란 양쪽의 정당성을 찾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당성은 서로에게 존중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동안 무서운 속도로 증폭하던 갈등의 크기와 강도를 줄이고, 본질적인 해결을 향한 대화로 끌어 올 수 있다.

이 가족갈등의 본질은 서로의 문화에 대한 낯설음이다. 이 ‘낯설음’이란 감정이 서로에게 존중되었어야 했다. 남편의 무종교에 대한 존중과 함께 장모의 종교생활에 대한 존중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한 집에서 살 경우에는 이러한 ‘차이’, ‘다름’은 어떤 형태로든 타협되거나 협의되어야 한다. 자신의 가치관 또는 종교관이 옳기 때문에 상대방이 따라야 한다는 논리는 바로 갈등으로 불붙게 되어 있다. 장모님의 종교생활은 사위의 방해 없이 이루어져야 하고 또한 사위가 따라야 한다는 강요도 하지 말아야 한다. 사위 역시 장모님의 종교에 대해 느끼는 ‘낯설다’는 감정을 ‘옳지 않다’는 생각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각자의 영역이 안전하게 됨이 중요하다. 적절한 거리감 안에서 상대편의 장점이나 아름다움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위는 장모의 기도 덕분에 온 가족이 행복하고 잘 살고 있다고 감사할 수도 있고 장모는 성격 좋은 사위가 더없이 미덥고 든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함께하는 삶에 있어서 우리는 서로 ‘분리’ 되어야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남은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존중해야 한다. 반드시 그런 다음에야 서로 잘 ‘연결’될 수 있다. 상대방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떤 아픔이 있는지, 무엇을 선호하는지, 선입견 없이 섬세하게 감지하고 연결되어야 한다. 함께 하는 삶에서 거리감과 친근감을 동시에 공존하게 하는 것만이 갈등을 최소화 할 것이다. 이는 참으로 예술의 경지이다.


 
 

Total 21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먹고 안먹고는 고정관념이다. KHDI 07-18 8590
공지 [3분경영-구건서 대표] 2017 사장님만 모르고 있는 노동법 KHDI 02-28 17097
공지 [3분경영-염동호 이사장] 300년 장수기업의 장수 DNA KHDI 02-28 17033
공지 [전미옥 칼럼] 인어공주의 매력은 목소리가 전부였을까? KHDI 02-21 16614
공지 [전미옥 칼럼] 천지개벽해도 ‘사람’이 경쟁력이다! KHDI 02-24 16247
공지 [김덕희 칼럼] 상호간 win-win을 추구하는 전략적 비즈니스 협상… KHDI 10-12 16632
공지 [홍의숙 비즈칼럼] ‘감성터치’로 쑥쑥 크는 노동 생산성 KHDI 03-04 17619
공지 CRM(고객관계관리)의 진정한 의미-김덕희 영업연구소장 KHDI 02-01 16691
공지 구건서 대표-내비게이터십 내인생은 내가 디자인한다 KHDI 10-14 17000
공지 자본주의 5.0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유가치 창출_김덕희 … KHDI 10-04 17082
공지 21C 감성마케팅 시대의 고객 니즈별 차별화 전략_김덕희 영업연… KHDI 10-04 17227
공지 [월간인사관리] 류랑도 대표 - 직장은 일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KHDI 03-31 18848
공지 공중정원과 히브리노예들의 합창 KHDI 12-23 19438
공지 봄이 오는 소리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KHDI 04-07 21211
공지 놀이와 노동 - 최윤규 카툰경영연구소 대표 KHDI 01-23 22715
공지 꿈과 비전을 준비하는 인생의 밑바닥 KHDI 10-06 23319
공지 왜 인문학인가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KHDI 09-02 23932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KHDI 09-01 24000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 KHDI 08-22 23746
공지 변화와 혁신의 시대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서울대AMP 로타리 … KHDI 08-18 23260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비틀즈의 꿈 이야기 KHDI 07-14 24019
공지 아는만큼 보이고 든 만큼 말한다 - 가재산 피플스그룹 이사장 KHDI 07-08 23951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컨버전스(Convergence) KHDI 07-02 24287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잠자는 가치관] KHDI 06-23 26210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영화 인시디어스] KHDI 06-23 25820
공지 “마케팅은 surfing이다” 차송일 소장의 차 한잔의 마케팅 이야… KHDI 04-22 24635
공지 아하! 기사와 글쿠나! 선생 - 피플스그룹 대표 가재산 KHDI 03-28 26762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수상한 그녀] [겨울왕국]편 KHDI 02-18 27955
150 내 인생의 시계-가재산 (주)조인스HR 대표 홍보팀 09-07 4488
149 찢어진 셔츠-임종렬 갤러리숲 대표 홍보팀 09-07 3908
148 착각속의 나의 미모-이남옥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 / 서울… 홍보팀 09-07 3945
147 중소기업 사장의 감투이야기-박춘봉 부원광학(주) 회장 홍보팀 09-07 4298
146 실한 공직생활 후에 오는 뿌듯함-이보규 21세기사회발전연구소 … 홍보팀 09-07 3795
145 소통의 리더십-정문호 동국산업 부회장 홍보팀 09-07 3778
144 여행이 사람을 바뀌게 한다-박춘봉 부원광학(주) 회장 홍보팀 09-07 4163
143 병상에서-임종렬 서양화가 홍보팀 09-07 3378
142 가을, 독서, 그리고 독후감-박춘봉 부원광학(주) 회장 홍보팀 09-07 3672
141 남편과 친정어머니의 종교갈등-이남옥 서울사이버대 교수 / 서울… 홍보팀 09-07 4385
140 결혼, 그 낯설음에 대하여-이남옥 서울사이버대 교수 / 서울부부… 홍보팀 09-07 3517
139 어느 판사의 눈물-이남옥 서울사이버대 교수 / 서울부부가족치료… 홍보팀 09-07 3841
138 잊지 못할 나의 선생님 - 가재산 조인스HR 대표 KHDI 08-07 3944
137 큰 감동은 작은 배려에서- 박춘봉 부원광학 회장 KHDI 07-23 4391
136 라디오 대담 - 김창송 성원교역 회장 홍보팀 03-26 3775
처음    1    2    3    4    5    6    7    8    9    10    다음맨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