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9-07 14:53
여행이 사람을 바뀌게 한다-박춘봉 부원광학(주) 회장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4,165  

사십이 불혹이라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하는 소리다.

사십이면 주관이 뚜렷해진다는 소리 일게다. 삼십대 이전에 갈고 닦은 인생역정이 주관이 뚜렷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말일 것이고 어떠한 사람으로 만들어 졌는가에 따라서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사람이 달라지는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는 두 차례의 여행에서 사람이 뚜렷하게 달라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그냥 구경으로 다녀오는 여행을 매우 다른 접근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두 사람의 놀라운 변화를 보고 그 감동을 소개 하고자 한다.

작년 가을에 인간개발연구원 회원 부부동반으로 11명이 연해주 고려인들이 하는 추석잔치에 초청을 받아서 다녀 온 일이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황량한 평야, 백양나무숲, 지평선은 중국여행에서 봤던 지평선과는 매우 다른 감동을 갖고 왔다. 블라디보스토크라는 천혜의 양항의 생김새, 9982Km 시베리아 철도의 출발역을 보는 감회는 현지에 와 보지 않고는 설명이 어려운 감동이었다.

특별히 1937년 스탈린에 의하여 강제 이주당한 17만 고려인이 창살도 없는 화물열차에 실려서 중앙아시아로 보내진 출발역인 라즈돌로예역의 황량한 모습, 그 고려인들이 실려 가는 열차 속에서 2만 명이 죽는데 죽은 시체를 달리는 열차에서 밖으로 던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백성은 지난 생에 무슨 악업을 많이 했기에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뇌리에 박혀 착잡한 감회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연해주에서 강제로 실려 갔던 그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의 허허 벌판에서 동굴을 파고 월동을 하면서 황무지를 개척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민족의 남다른 근성을 깨닫기도 하고, 나라 없는 백성들이 받는 슬픈 이야기에 가슴속 아려오는 감회를 갖고 돌아 왔다.

연해주 고려인들 생활의 중심지라는 우수리스크라는 곳에 우리의 동북아평화연대의 도움으로 반듯하게 세워진 고려인문화회관이라는 곳에서 추석맞이 잔치가 열려서 우리 일행 11명이 함께 참관을 했다. 잘 만들어진 야외무대에서 연출되는 가야금산조에서 아리랑, 부채춤 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약 2시간에 걸쳐 진행 되었다. 무대는 주로 어린 청소년이 보여 주는 천진하고 능숙한 기량이여서 보는 이로부터 감동을 받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축제가 크라이막스에 도달 했을 때 60~70대로 보이는 주부들 15명이 나와서 하는 합창순서가 있었다. 15명중 남자는 두 사람뿐이어서 왜 남자는 저렇게 귀하냐고 했더니 그 쪽 지방은 추운 곳이 되어서 남자들은 독주를 많이 마셔서 여자보다 현저히 단명해서 60~70대가 되면 살아있는 남자가 귀해서라고 한다. 이분들이 나와서 부르는 노래가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라는 노래였는데 얼마나 구슬프게 부르던지 우리 일행을 비롯한 관중들 모두를 울게 만들었다.

뒷날 그곳 사람들의 삶터를 살펴보게 하느라고 고려인들의 가정을 안내받았다. 그 집의 주부도 어제 축제에 나와서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라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고향이 어디냐고 여쭈어 봤다. 아마 함경도나 평안도 어디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물었는데 놀랍게도 자기의 고향은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라고 했다. 너무 의외의 답이어서 왜 거기가 고향이냐고 했더니 자기 연배의 고향은 중앙아시아이고, 자기 부모의 고향은 연해주라고 했다. 함경도나 평안도는 자기 조부모의 고향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그 분들의 마음은 한반도와는 너무 멀리 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제 불렀던 노래 속에 있는 고향도 한반도가 아닌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고향의 사전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찾아보니까 국어사전에는 “자기가 나고 자란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곳에 있는 고려인들의 고향은 한반도가 아니고 그곳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어디라는 소리가 된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들은 선열들의 정착에 얽힌 피나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가 있었고, 특별히 독립투사 최재형 선생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일행 모두는 커다란 충격을 마음속에 새겨두고 돌아왔다.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난 최재형 선생은 어린 시절 홍수와 기아 때문에 부모를 따라 연해주로 이주했다고 한다. 11세 되던 해에 너무 배가 고파서 가출했다가 러시아 상선의 선주 부부를 만나게 되고, 그런 인연으로 선원의 신분으로 7년 동안 전 세계를 돌면서 국제적 동향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출 기회를 가졌던 최재형 선생은 러시아어에도 능통해서 러시아 행정기관의 책임자가 되고, 블라디보스토크 군부대의 식료품 납품을 하게 되고, 무역업까지 하게 되어서 거부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부와 명예를 한 손에 거머쥔 선생은 일신의 영달만을 꾀하지 않았다. 자신의 전 재산을 후진양성을 위한 교육사업과 장학사업 그리고 안중근, 홍범도, 이범윤 등 독립투사의 무장투쟁에 바쳤다고 한다.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을 후진양성과 나라를 되찾는 독립투쟁에 바쳤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분이 국내에선 철저히 잊혀진 인물이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나는 그냥 여행에서 얻은 감동쯤으로 생각하고 3박 4일의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귀국 후 한 보름쯤 지나서 이번 여행에 가장 연장자이고 인간개발연구원 부회장인 김창송 회장께서 점심식사나 함께 하자고 해서 별 생각 없이 시간에 맞춰서 나갔다.

그 자리에서 김창송 회장은 이런 말씀을 하신다.

“우리는 이제 잊혀진 독립투사 최재형 선생을 감동으로만 기억할일이 아니라 새롭게 재조명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그 첫걸음으로 최재형 장학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장학회는 우수한 고려인 대학생들 중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선발해 졸업할 때까지 학자금을 지원하자는 것입니다. 장학금을 지원받은 학생은 졸업 이후 고려인 동포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로 약속하기만 하면 되도록 합시다. 이제 우리가 최재형 선생과 유족의 절규에 화답할 때입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신으로 최재형 선생의 유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일에 모든 분이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함께 했던 우리들은 그냥 수긍하면서 고개를 끄떡일 수밖에 없었다.

장학회가 정식으로 출범한지 일 년이 채 안 되었는데 호응하는 분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생겨서 제법 탄탄한 조직으로 착근되어가는 모습을 본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김창송이라는 개인이 만들어낸 위대한 발상이, 그리고 그 실천의 과정이 역사를 바꿔가는 것을 보면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젖었다. 나 같은 범인은 여행을 그냥 여가를 즐기는 놀이쯤으로 생각하고 다녀왔는데, 한편에서는 이렇게 세상을 바꾸어 가게 하는 장한 발상을 하고 장학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감동과 존경의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5~6년 전에 있었던 좀 다른 이야기이다. 두바이가 한창 뜰 때의 이야기이다.

열사의 나라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고, 세계 최고층빌딩이 세워지고 있는 신비의 땅, 세계 최고급의 호텔이 있는 두바이에 한번 다녀왔으면 하고 두바이여행이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있었던 때의 이야기이다.

인간개발연구원에서도 두바이 여행계획을 세워서 여행팀이 조직되고 출발 일자가 임박했을 때의 일이다. “이번 여행은 일행이 한 삼십 명 됩니다. 여행팀의 단장은 김창송 회장님이 하는 것으로 양해를 받았는데, 이재옥 사장께서 부단장을 좀 맡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간개발연구원 장만기 회장의 말씀이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예, 제가 하겠습니다. 가문의 영광으로 알고 하겠습니다.” 바로 내 곁에서 오간 이야기이다.

나는 두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참 많이 놀랐다. 보통은 이런 여행에서는 그냥 홀가분하게 따라 갔다 왔으면 하는 바람이고 이런 제의를 받으면 한번쯤은 사양을 하는 게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태인데, 첫 마디에 흔쾌히 수락하는 모습이 정말로 놀랍더라는 이야기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아서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부동반으로 홀가분하게 사람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꿈같은 현장을 재미있게 보고 그냥 놀다 오는 기분으로 돌아왔다.

평소에도 이재옥 사장이라는 분은 성격이 쾌활해서 어디서나 늘 즐거운 유머로 좌중을 밝게 만드는 성격의 사람이다. 이 분이 여행에 다녀와서 한 보름 지나고 내게 두바이에 관한 정리된 자료를 보여주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재미있고 상세하게 잘 정리 되어서 어디에 내 놔도 손색없는 강의 자료가 될 것 같았다.

그 일 이후 이 분은 두바이 전문가가 되어서 월 2~3회씩 각종 사회단체나 기업체, 지방자치단체 등에 강의를 하고 다니는 전문 강사가 되었다. 요즘은 간혹 초등학교에도 초빙되어서 나가기도 한단다. 물론 강의 내용도 처음에는 두바이의 발전상이었는데, 2008년 불황이후 두바이가 ‘굿바이’ 되고부터는 아주 다양한 경제개발 얘기들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OECD 회원국의 각종 경제지표를 아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고 두바이의 최고층 “알리 두바이 빌딩”의 높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세계의 유수한 빌딩의 높이, 에베레스트 산에서부터 북악산, 남산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유명한 산의 높이, 강의 길이 등을 술술 기억해 내는데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이런 변신은 이 분이 두바이를 다녀온 것이 환갑 때인 6년 전의 이야기이니까 이 분의 변신이 정말로 놀랍다는 이야기이다. 혼자서 하고 있는 공부는 어떻게 하나 잘 모르겠는데 아침조찬세미나가 매주 목요일 인간개발 연구원 조찬세미나만이 아니고 SERI CEO, 표준협회, 능률협회 등 일주일에 반 이상을 조찬세미나에 참석한다고 한다.

사람은 사십이 불혹이라고 해서 인격이 사십에 굳어지는 것이 아니고 이 분처럼 육십이 되고부터 눈부신 변신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다.

사람의 변신은 사람에 따라서 나이와는 관계없이 마음먹기 따라서는 얼마든지 변신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분은 하루가 다르게 변신이 거듭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이 분에게 이런 변신이 일어나고 있는 전환점이 6년 전에 있었던 두바이 여행에서 부터라고 생각하는데 본인도 동의한다.

여행은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하는 마력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앞에서 말씀한 김창송 회장의 예에서도 설명했지만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불가에서는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가장 첫 번째 조건이 자기가 따라 배울만한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런 분들의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더없는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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