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09-07 15:09
잊지 못할 제자 사랑-가재산 (주)조인스HR 대표
 글쓴이 : 홍보팀
조회 : 3,447  

누구에게나 어릴 적 잊지 못할 선생님을 한두 분은 있다. 내 경우 나한테 특별하게 잘 해주신 분들이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따끔한 매를 주신 선생님을 평생 잊지 못한다. 바로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담임이셨던 이인기 선생님이시다.

나는 충남 태안 해안가에서 8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내 또래 세대가 겪었듯이어릴 적 농촌에서 자라며 교육의 혜택과는 거리가 있었다. 사실 50여 년 전의 농촌은 어느덧 선진국의 문턱까지 와있는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소위 말하는 보릿고개를 체험한 마지막 세대라고나 할까? 당시를 회고해보면 여러 가지 추억들이 소록소록 생각이 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반장을 했는데 3학년 때까지 연분홍 색깔을 한 저고리와 바지를 입고 맨 앞줄에 서 있었던 기억이 나기도 하고,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기 위해 어머니와 밤마다 냇가에 가서 참게를 잡아 시장에서 팔아 여행비도 내고 남은 돈 중 용돈으로 30환을 받아들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던 기억도 아련히 떠오른다.

그뿐이랴. 봄이면 모든 식량들이 따 떨어지는 때라 보리가 다 익기도 전에 먼저 보리를 잘라 푹 삶아 소쿠리에 가득 담아 놓으면, 열이나 되는 형제와 조카들이 한꺼번에 숟가락을 들고 먼저 많이 먹으려고 덤벼들었던 기억이 아른거리기도 한다.

여하튼 어려운 생활을 박차고 내 운명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부단히 노력했던 고단한 삶으로 기억된다. 그때는 부자든 가난하게 살든 너나없이 교육열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의 집들이 당시 분위기상 한 세대에서 한 명만이 중학교에 다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계속 반장도 하면서 학교생활에 충실했지만 당연히 나 또한 중학교를 꼭 가야한다는 당위성도 못 느꼈고, 부모님께 학교 보내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았다.

“너도 초등학교 졸업하면 산에 가 나무하고, 농사일을 하며 지게나 지고 살아라.”라는 말 한마디로 형님들과 같이 이미 내 몫의 지게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별달리 진학을 위한 공부란 없고 산과 들로 다니면서 집안일을 거두는 게 내 운명이자 삶의 몫으로 알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산이는 학교의 명예가 있어서 꼭 중학교 시험을 봐야 합니다. 한 번 시험만이라도 보게 해 주세요.” 어느 겨울비가 유난히 주룩 주룩 오던 날 밤, 이인기 선생님이 집에 찾아와 간곡하게 부모님을 설득하셨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담임선생님은 흐뭇한 표정으로 안방 문을 여시는 것을 보니 직접 사 오신 원서에 도장을 받으신 표정이었다.

당시 나는 참고서나 다른 책들이 없이 그저 학교에서 받은 책과 선생님이 알려준 내용들로만 목마른 지식을 충전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집을 조금만 벗어나도 도서관이 있고 정보의 대량홍수 속에 살고 있었지만, 당시의 교육현실은 대물림 책만 보는 지식으로 만족할 정도로 너무 열악했다. 뚜렷한 목적 없이 공부했던 시절, 조그만 초등학교였지만 나는 중학교 시험에 당당히 수석을 했고 3년간 수업료 전액 면제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밑으로 여동생은 물론 조카들이 다섯 명이나 줄을 서 있고, 타지 중학교로 가야 하는 탓에 먹고 자는 생활비의 문제도 있어서 처음에는 아예 입학이 고려되지 못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중학교 입학이라는 허락을 받았다.

그 당시 중학교로 진학하는 게 얼마나 인생의 큰 변화를 주고 인생의 방향을 어떻게 크게 바꿀지 아무도 몰랐다. 이인기 선생님의 선견지명先見之明과 집요한 제자 사랑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터닝포인트’가 된 것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그런 행운을 가지고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도록 해주시는 은인을 만나는 것도 생각해보면 쉽지 않다.

“노력은 운명도 바꿀 수 있다. 내 스스로 가진 모든 능력을 쏟아부은 후에 변덕스런 신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라.”

이인기 선생님의 가르침은 단순한 선생님으로 지식전달자의 역할이 아니라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소중한 메시지를 내게 주었다. 그 시절 학업에 소홀했다면 내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인간은 각자의 운명에 맞는 특별한 환경에서 자라지만 그렇다고 운명론에 기대 자신의 노력을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중학교를 입학하고 선생님을 찾아뵐 때 펄쩍 뛰며 너무나 좋아해주시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우리 집 사정을 알았던 당시 선생님은 내가 마지막까지 학교에 가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신 분이다. 몇 년 전 서울에서 경조사로 선생님을 찾아 뵌 적이 있다. “우리 재산이가 너무 잘됐어”하며 안아주신 노신사는 인생의 주름처럼 많이 약해지셨지만 지금도 내 인생을 멋지게 살게 만들어준 ‘마술사’ 같은 분으로 회고된다.

선생님은 평생을 언제나 꼿꼿한 성품 때문에 개인적으로 손해를 많이 보신 것 같다. 평교사로 정년을 맞이하신 것도 이와 무관해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뵐 때마다 몇 번을 여쭈어 보아도 묵묵답으로 일관하셨다. 그 이후에도 단 한차례의 후회나 아쉬움을 내비치신 일이 없으셨다.

“난 선생질 40년 동안 재산이가 가장 기억에 남아. 인생을 멋지게 살아야 돼.” 지난해 찾아뵙고 헤어질 때 선생님의 눈가에는 섭섭함의 눈물을 얼핏 보이셨다.


 
 

Total 21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먹고 안먹고는 고정관념이다. KHDI 07-18 7120
공지 [3분경영-구건서 대표] 2017 사장님만 모르고 있는 노동법 KHDI 02-28 15763
공지 [3분경영-염동호 이사장] 300년 장수기업의 장수 DNA KHDI 02-28 15650
공지 [전미옥 칼럼] 인어공주의 매력은 목소리가 전부였을까? KHDI 02-21 15280
공지 [전미옥 칼럼] 천지개벽해도 ‘사람’이 경쟁력이다! KHDI 02-24 14864
공지 [김덕희 칼럼] 상호간 win-win을 추구하는 전략적 비즈니스 협상… KHDI 10-12 15310
공지 [홍의숙 비즈칼럼] ‘감성터치’로 쑥쑥 크는 노동 생산성 KHDI 03-04 16281
공지 CRM(고객관계관리)의 진정한 의미-김덕희 영업연구소장 KHDI 02-01 15326
공지 구건서 대표-내비게이터십 내인생은 내가 디자인한다 KHDI 10-14 15710
공지 자본주의 5.0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유가치 창출_김덕희 … KHDI 10-04 15787
공지 21C 감성마케팅 시대의 고객 니즈별 차별화 전략_김덕희 영업연… KHDI 10-04 15886
공지 [월간인사관리] 류랑도 대표 - 직장은 일을 거래하는 시장이다 KHDI 03-31 17512
공지 공중정원과 히브리노예들의 합창 KHDI 12-23 18153
공지 봄이 오는 소리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KHDI 04-07 19922
공지 놀이와 노동 - 최윤규 카툰경영연구소 대표 KHDI 01-23 21383
공지 꿈과 비전을 준비하는 인생의 밑바닥 KHDI 10-06 22018
공지 왜 인문학인가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KHDI 09-02 22622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 KHDI 09-01 22676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 KHDI 08-22 22463
공지 변화와 혁신의 시대 - 정문호 동국산업 고문 서울대AMP 로타리 … KHDI 08-18 21988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비틀즈의 꿈 이야기 KHDI 07-14 22666
공지 아는만큼 보이고 든 만큼 말한다 - 가재산 피플스그룹 이사장 KHDI 07-08 22626
공지 최윤규의 창의력칼럼 - 컨버전스(Convergence) KHDI 07-02 22925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잠자는 가치관] KHDI 06-23 24791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영화 인시디어스] KHDI 06-23 24473
공지 “마케팅은 surfing이다” 차송일 소장의 차 한잔의 마케팅 이야… KHDI 04-22 23292
공지 아하! 기사와 글쿠나! 선생 - 피플스그룹 대표 가재산 KHDI 03-28 25402
공지 최윤규 대표의 카투노믹스 [수상한 그녀] [겨울왕국]편 KHDI 02-18 26572
165 <사라지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정문호 동국산업(주) 부회… 홍보팀 10-09 4010
164 <꿈이 영글어 가는 계절> -정문호 동국산업(주) 부회장- 홍보팀 09-28 3708
163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 -정문호 동국산업(주) 부회… 홍보팀 09-27 3386
162 <사랑은 나눔이다> -정문호 동국산업(주) 부회장- 홍보팀 09-27 3431
161 <탐욕의 끝> -정문호 동국산업(주) 부회장- 홍보팀 09-24 3700
160 <7월의 단상(斷想)> -정문호 동국산업(주) 부회장- 홍보팀 09-21 3677
159 교통사고 나니 나가지 마라! - 서양화가 장영주 KHDI 09-20 3956
158 치유-서양화가 장영주 홍보팀 09-07 3880
157 고성팔경-윤백중 삼화비닐(주) 회장 홍보팀 09-07 4544
156 (수정)따뜻한 자본주의는 따뜻한 상거래로부터-박춘봉 부원광학(… 홍보팀 09-07 3889
155 교세라에서 동반성장의 전형을 배운다-박춘봉 부원광학(주) 회장 홍보팀 09-07 4334
154 잊지 못할 제자 사랑-가재산 (주)조인스HR 대표 홍보팀 09-07 3448
153 독일인들의 대화를 들으며...-이남옥 서울사이버대 가족상담학과… 홍보팀 09-07 3633
152 브레멘 대학식당 Mensa 와 Chef-이남옥 서울사이버대 가족상담학… 홍보팀 09-07 3830
151 고객감동의 극치를 본다-박춘봉 부원광학(주) 회장 홍보팀 09-07 3704
처음    1    2    3    4    5    6    7    8    9    10    다음맨끝